도시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모습

■ 도시의 향수 (14)

by SALT

평생을 함께 살아왔음에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굳이 이혼한다는 '황혼이혼'이라는 단어를 언젠가부터 언론에서 자주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기사도 적지 않다.


그런데 모 유명 연예인이 선언한 것처럼 요즘은 '결혼을 졸업했다'는 의미의 '졸혼'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또 새로 유행한다고 한다.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따로 떨어져 살면서 서로 일절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 하니 결국 이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타인들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 같이 있기가 싫을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싫으면 '황혼이혼'이든 '졸혼'이든 부부간의 합의에 따라 뭔가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리를 걷다 보면, 연세가 70도 훌쩍 넘어 보이시는 어르신 부부가 그 연세에도 서로 손을 꼭 잡고 거리를 걸어 다니시는 정반대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집안에서도 하루 종일 함께 하실 텐데, 집 밖에 나와서도 굳이 그렇게 손을 꼭 잡고 다니시는 그런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이시고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전쟁터 같은 한 인생을 힘들게 살아오신 분들께서,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만나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황혼이혼'과 '졸혼'을 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인생의 가장 큰 행복과 축복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아래는 거리에서 그렇게 손을 꼭 잡고 다니시는 어르신 분들을 만났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이런 분들을 도시에서 간혹 만나 뵈면 도시의 멋과 아름다움이 한층 더 깊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사진 오른쪽이 원본이고, 왼쪽이 손 잡은 모습을 확대한 것이다.



이촌동 한강성당 근처를 걸어가시는 어르신들 모습. 아직은 따듯한 늦여름 오후 2시경 사진인데, 두 분이 댁에서 점심 드시고 어딘가로 산책을 가시는 모양이다. (2015년 10월 사진)



오전 9시경 한강 고수부지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르신 부부께서 함께 아침 산책을 하시는 모습이다. 할아버님은 허리나 다리 모두 아직도 곧아 보이시는데 할머님께서는 허리와 다리 이미 많이 굽으신 것 같다. (2015년 10월 사진)



서빙고 온누리교회 앞 한강 고수부지로 내려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 바로 위 사진에서도 그렇지만 어르신의 붉은색 계통 상의가 인상적이다. (2015년 12월 사진)



역시 한강 고수부지에서 찍은 사진. 손 잡은 정도가 아니라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으시는 모습이다. 주변의 노랗고 하얀 꽃들이 두 분의 산책길을 밝혀주는 듯하다. (2020년 5월 사진)



이촌동 국민은행 앞에서 찍은 사진. 역시 할아버님보다는 할머님 허리와 다리가 많이 굽으신 것 같다. (2016년 10월 사진)



한강 고수부지에서 산책하시는 어르신들 모습. 요즘은 다시 고수부지에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당시는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크게 늘던 시기라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한강변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집에 계시다 답답하니 두 분이 함께 고수부지로 산책 나오신 것 같다. (2020년 3월 사진)



역시 한강 고수부지에서 찍은 어르신들의 모습. (2020년 3월 사진)



마찬가지로 한강 고수부지에서 찍은 사진. 복장을 보면 두 분 모두 꽤 멋쟁이신 것 같고, 걸음도 비교적 활발하게 걸으셨던 것 같다. 앞에 있는 사진에 계신 어르신분들 보다는 좀 젊으신 것 아닌지 모르겠다. (2020년 3월 사진)



이촌동 이촌아파트 104동 앞. 할아버님께서 할머님을 살짝 부축해 주며 걸으시는 모습. 할머님의 거동이 좀 불편해 보이신다. (2020년 5월 사진)




위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모두 남자분께서 여자분보다 조금 더 앞서서 여자분을 리드해 가시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아마 나이는 할아버님께서 좀 더 많으셔도 체력은 여전히 그래도 할머님보다는 더 좋아서 그런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할아버님들도 한국이 어렵고 힘들던 그 시절 일터에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지만, 할머님들 세대에는 육아, 빨래, 청소 등 모든 것을 할머님들께서 홀로 처리하셔야 했던 시절이니 허리와 무릎이 얼마나 혹사당했겠는가?


그런데 그래도 평균 수명은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긴 것을 보면 그것도 좀 특이하다......




비록 서로 손을 잡고 걷지는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촌동 이촌 아파트 104동 뒷길에서 찍은 사진. 아무도 없는 좁고 긴 길 끝에서 두 분이 걷고 계셨는데, 두 분 뒤편에 있는 좁은 길이 두 분께서 함께 걸어오셨던 과거 인생길처럼 느껴진다. (2017년 5월 사진)



가을 저녁 은행나무 사이로 나란히 걷고 계신 두 분 모습.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두 분의 황혼을 축복하여 주는 것 같다. (2016년 11월 사진)



앞에 가서도 좀 더 자세히 봤는데, 자매간인지 모녀간인지 정확히 구분이 잘 안되지만 70은 넘어 보이시는 두 분이 휠체어를 지팡이 삼아 나란히 걷고 계시는 모습이다. 부부는 아니지만 서로를 도닥거려 주시는 모습이 꽤 다정해 보였다. (202년 5월 사진)




한강 고수부지에 가면 가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색소폰을 홀로 연주하시는 어르신을 볼 수 있었다. 색소폰을 연주할 정도면 어르신 연세에도 폐가 꽤 건강하시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그 연주 실력도 정말 대단하시다. (2020년 3월 사진)


운동하다 잠시 멈춰 연주곡을 감상하기도 했는데, 노래는 참 좋지만 혼자서 이렇게 연주하시는 모습이 왠지 좀 많이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앞의 사진들처럼 인생의 황혼기에는 서로 의지할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걷는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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