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목포의 향기 (4-1)

■ 도시의 향수 (15)

by SALT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니다 보면 도시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들기도 다. 심지어 때로는 도시 고유의 향기까지도 있어서 각 도시마다 냄새마저 서로 다른 것 같이 느끼게 될 때도 있었다.


해외에 거주하던 기간 방문하거나 체류했던 도시들도 물론 그랬지만 같은 한국에 있는 도시들이라도 마찬가지로 그런 차이가 있었는데, 작년에 1박 2일 일정으로 처음 방문했던 한반도 남단 목포라는 도시에서 느꼈던 그 도시의 향기와 색에 대한 기억을 글로 옮긴다.




꽤 오래된 노래지만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가 있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 1935년에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이라는 분이 처음으로 불렀던 노래인데, 과거 한때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로 유년 시절을 목포에서 보낸 김대중 대통령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한다.


사진) '목포의 눈물' 가사가 새겨진 비. 목포 유달산에 있다.


그런데 그럴만한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실 오래전부터 이 노래에 등장하는 목포라는 도시는 왠지 그 이름만 들어도 푸근한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뭔가가 진하게 끌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한 번은 가 보고 싶었던 곳이 또 목포였다.


난 서울에서 태어났고 어머님도 서울, 아버님은 평안북도가 고향이시니 모두 목포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그랬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방송에서나 혹은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애달프게 부르시던 이 노래를 너무 자주 접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목포에 대한 근거가 다소 애매한 이런 묘한 향수가 은연중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예전 중학생 시절 알퐁스 도테의 단편 '마지막 수업'을 배우면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또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도시였지만 그 단편의 배경이 되었던 알자스-로렌 지역에 대해 알 수 없는 묘한 향수를 갖게 되었고 이후 오랜 기간 그 향수를 마음에 품어왔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던 것 같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 부산, 통영, 여수, 진주 등 한반도 남단의 많은 도시들은 다양한 계기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방문해 볼 수 있었던 반면 유독 또 목포만은 그간 한 번도 가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목포에서 멀지 않은 굴비의 도시 영광에 한동안 거주하게 된 지인과 만날 일이 생기게 되면서 영광을 방문했던 차에 그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목포에도 가 볼 기회가 마침내 생겼다.


2020년 8월 8일 한참 무더운 여름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영광으로 도착해 지인과 함께 영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그 지인의 차를 타고 목포로 이동했다.




강남 터미널에서 약 3시간 반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가니 마침내 영광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터미널에 내려 보니 영광 터미널은 주변의 건물들과는 달리 의외로 꽤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터미널은 기존 낡은 건물을 헐고 새로 건축한 건물로 내가 영광을 방문했던 바로 그해 2020년에 완공된 건물이었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새 건물이 하나 덜렁 자리 잡고 있으니 주변 건물들이 상대적으로 좀 더 낡아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 2020년 신축된 영광 터미널 외부 및 내부 모습


(신축하기 전 영광 고속버스 터미널 모습)

2017년 http://naver.me/ForXBkss

2011년 http://naver.me/FMA9ijux


사진) 신축 터미널 옆 낡은 건물들 (좌측이 영광 터미널)


터미널에서 내려 지인을 만난 후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영광이야 당연히 굴비가 유명하니 지인이 미리 예약해 둔 '국일관'이라는 굴비 전문 식당으로 찾아가 굴비를 먹었다. 역시 기대했던 그대로 너무도 맛있었는데 굴비 자체도 매우 맛있었지만 함께 나온 푸짐하고 다양한 반찬들 역시 정말 정갈하고 맛이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국일관이라는 식당은 1977년부터 영업을 했다 하니 역사도 매우 오래된 식당이었다.


(국일관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0442iq/221947697613


식당 바로 앞에는 너무도 멋진 소나무를 정원에 품고 있는 아름다운 2층 집도 있었다. 아래 사진이 그 주택 사진인데 마치 서울 강남이나 평창동의 으리으리한 부잣집 대저택과 정원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진) 영광 시내의 멋진 정원을 가진 주택 모습.

거리뷰 : http://naver.me/GSiDMnRW




굴비 정식을 너무도 맛있게 먹은 후 바로 목포로 이동했다. 영광에서 목포는 약 1시간 정도 거리였는데, 미리 예약해 둔 신안 비치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1987년 완공됐다 하니 좀 오래된 호텔이었는데 실제 호텔 외관은 다소 낡아 보였다. 하지만 건물 내부는 나름 깔끔한 편이었는데, 알고 보니 2020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한다.


사진) 목포 신안 비치 호텔 모습.


이 호텔은 바다 바로 앞에 있었는데 객실에서 보이는 서해 바다 모습은 정말 일품이었다. 홍콩에 5년 반 거주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매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바다였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거의 바다를 보지 못했는데 이날 오랜만에 바다를 다시 보게 되니 마음까지 시원하게 탁 트이는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며칠간 폭우가 계속 내려서 바닷물 색은 강에서 떠내려온 진흙으로 온통 황토색이었던 것은 좀 아쉬웠다.


사진) 호텔 바로 앞바다 모습. 바다 위의 다리는 목포에서 '고하도'라는 섬으로 연결되는 목포대교다.


호텔 방에 짐만 내려놓고 바로 밖으로 다시 나왔다. 나와 보니 지인이 데려온 '겨울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강아지도 차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이 강아지는 정말 너무도 순해서 나를 처음 보는데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매우 잘 따랐다.


한편 생전 강아지를 한 번도 길러보지 않아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지인 말에 의하면 요즘에는 웬만한 편의점에는 사람을 위한 물품뿐 아니라 강아지 등 애완동물용 먹거리나 용품 코너가 대부분 있다고 했다. 호텔 앞 편의점에 강아지 간식을 사러 들어가 보니 실제 그랬다. 과거와 달리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정말 많아진 것 같다.


강아지에게 간식을 먹이기 위해 편의점 공터로 나왔는데 그곳에는 손님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몇 개와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편의점 위치가 바로 바다 코 앞이다 보니 그 자리에 앉으면 탁 트인 목포의 앞바다를 아무런 막힘없이 볼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경치로서는 전국에서 아마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그런 명당자리였던 것 같다.


(호텔 앞 편의점 거리뷰)

http://naver.me/GFpRngCQ


아직은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 유명한 유달산 구경도 할 겸 지인과 함께 호텔 뒤편의 유달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유달산에 처음으로 가보고 그간에는 몰랐던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첫째 이순신 장군과 관련이 있는 노적봉에 관한 사실이다. 이순신 장군이 산의 큰 바위를 온통 볏짚으로 덮어서 마치 엄청난 군량미가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여기에 속은 왜군이 스스로 철군했다는 내용을 어린 시절 학교에서도 얼핏 배운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전승에 나오는 노적봉이 알고 보니 바로 이곳 목포 유달산에 있었던 것이다.


이 바위가 '노적봉(露積峯)'이라 불리게 된 것은 이순신 장군의 이 교란 전술 이후부터였다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노적(露積)'은 이슬을 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슬을 맞을 수 있는 야외에 쌓는다는 뜻이라 한다. 즉 군량미를 야외에 쌓았다는 의미다.


(이순신 장군과 유달산 노적봉)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4031707001


둘째, 다소 다른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군사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여인들에게 남자의 복장을 입혀 '강강술래'라는 춤을 추게 했던 곳도 바로 이곳 목포의 유달산이라는 것이었다.


(강강술래 유래)

1. https://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circle.do

2.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72909


이처럼 노적봉과 강강술래를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전승도 있지만, 어쨌든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한 이후에 이순신 장군이 주로 이곳 목포 일대를 중심으로 왜군과의 전쟁을 수행했다 하니, 목포와 이순신 장군의 관계가 매우 깊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사진) 유달산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목포 개항 110주년 기념으로 2007년 세운 유달산 정기라는 문구가 있는 바위.


사진 및 영상)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목포 시내 서편 모습.


유달산 구경 후 인근 지역을 좀 더 보기 위해서 유달산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런데 유달로라는 길로 걷다 보니 꽤 멋진 주택들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 자체도 매우 멋져 보였지만, 영광에서 봤던 주택처럼 유독 눈에 띄는 우람하고 멋진 정원수가 자라고 있는 주택도 있었다.


사진) 멋지고 우람한 정원수가 심어져 있던 주택.

거리뷰 : http://naver.me/5ncRLo7A


좀 더 가다 보니 멀어서 정원은보이지 않았지만 건물의 디자인이 꽤 특이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대저택도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 근처가 서울로 치면 평창동처럼 부잣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사진) 언덕 위에 있던 특이한 디자인의 대저택.

거리뷰 : http://naver.me/Forn4Nf0


이곳에서 좀 더 내려가니 이번에는 또 온통 꽃으로 장식된 계단도 볼 수 있었다. 이 동네는 인근의 유달산 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유달산 관광지와 달리 꽤 조용한 동네였고 또 나름 독특한 운치까지 있는 그러한 동네였던 것 같다.


사진) 꽃 그림으로 꾸며진 계단.

거리뷰 : http://naver.me/5U1i9CQx


지인이 무안으로 일찍 가야 한다 해서, 저녁은 다소 일찍 5시가 좀 넘어서 '선미 식당'이라는 곳에서 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시간이 너무 일러 그런지 손님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식사를 모두 마치고 6시경 나올 때까지도 다른 손님은 전혀 없었다.


(선미 식당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maltta660/221612582947




다음 편 "그 여름 목포의 향기 (4-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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