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목포의 향기 (4-2)

■ 도시의 향수 (16)

by SALT

전편 "그 여름 목포의 향기 (4-1)"에서 이어짐.




무안에 집이 있는 지인은 식사를 마치고 일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떠났고 나는 목포에 홀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막 6시가 좀 지난 시간이라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일러 뭔가 할 것을 좀 찾아봤지만 처음 온 객지에서 홀로 마땅히 할만한 것이 없었다. 결국 언제 또 목포에 다시 올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목포 시내 거리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지도 앱으로 확인을 해 보니 식당에서 호텔까지는 유달산을 경유하는 경로로 4km 정도의 거리였는데, 걸어서 가면 약 1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초저녁으로 시간이 많으니 나는 그 길로 천천히 목포 시내를 구경하고 음미하면서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그때 걸으면서 찍었던 2020년 한여름 8월의 목포 거리 모습이다. 사진 속 저 거리를 걷고 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식당에서 호텔까지 이동 경로)

http://kko.to/MWEsH86DT


사진) 식당에서 호텔로 걸어가면서 찍은 목포 시내 모습.


거리의 모습은 역시 생각했던 대로 꽤 푸근하고 정이 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다만 좀 특이했던 점은 아직 저녁 7시도 안됐는데 전날 비가 많이 왔고 또 그날 역시 날이 꽤 흐려서 그런지 거리에서사람들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위에 올린 사진에서도 역시 그것을 느낄 수 있는데 10장도 넘는 목포 거리 사진 중에 보이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된다.


확인해 보니 목포시 인구는 약 23만인데 벌써 10년 이상 이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목포 연도별 인구 추이)

https://37start.tistory.com/5829


사진) 거리에서 마주친 이발관

거리뷰 : http://naver.me/xSc5Y1vw


이발은 항상 집 앞에 있는 '히즈모'라는 이발소 체인점에서 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그런 체인점과는 꽤 다른 푸근하고 정감이 물씬 느껴지는 그러한 분위기의 이발관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자주 봤던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이발관이었는데, 목포에 왔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아마 내 기억 속의 남아 있는 오래전 어린 시절의 이발관 모습이 연상됐던 것 같다.


사진)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


'영국 다방'이라는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도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검색해 보니 내부 인테리어도 특색 있는 꽤 알려진 그런 카페였다. 들어가서 차 한잔 하고 싶기도 했지만 혼자서 들어가기도 좀 그래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포기했다.


(영국 다방 소개 블로그)

https://chanmul.tistory.com/m/52


사진) 꽤 오래돼 보였던 여인숙 건물

거리뷰 : http://naver.me/Ft8oHfQb


'여수 여인숙'이라는 흐릿한 간판이 붙은 오래된 건물도 볼 수 있었다. 건물 분위기가 일본풍 주택으로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 건물 좌측에도 두 채의 건물이 있었는데 역시 꽤 기나 긴 세월을 버텨온 건물로 보였다. 여인숙 바로 옆의 '청하'라는 간판의 다방도 예전 80~90년대 추억 속 다방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사진) 거리의 시멘트 담벼락 모습

거리뷰 : http://naver.me/Ft8LK77t


생뚱맞은 모습의 시멘트 담벼락을 마주칠 수도 있었다. 군부대나 교도소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꽤 높고 두터운 담벼락이었는데, 주변에는 저 정도의 튼튼한 담이 필요할 것 같은 시설은 전혀 보이지 않아 좀 의외였다.


사진) 거리의 일본풍 건물

거리뷰 1 : http://naver.me/FFvqS5tn

거리뷰 2 : http://naver.me/5nchXlcI


꽤 오래돼 보이는 일본풍 건물도 있었다. 그중에는 빈집도 있었지만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 사진 하단 좌측에 보이는 '화과자점'이라는 찻집은 비록 작기는 했지만 나름 운치 있게 보였다. 화과자는 일본에서 유래된 과자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원래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고 그것이 불교와 함께 일본으로 전파된 것이라 한다.


(사진 속 화과자점 소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jisunlee95/222235056803


한때 모 국회의원 관련 부동산 이슈로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창성장'이라는 게스트하우스도 이 화과자점 바로 지척에 있었다.




사진) 목포 근대 역사관 1관(우측)과 2관 모습(좌측)


오래된 석조 건물도 있었다. 현재는 목포 근대 역사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인데, 1관은 1900년에 건축되어 한때 일본 영사관으로 사용되었고, 2관은 일제 강점기 시절 1920년 완공되어 당시 착취로 유명했던 일본의 동양척식 주식회사 목포 지점의 건물로 사용되었다 한다. 두 건물 모두 한국과 목포의 과거 아픈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건물인 셈이다.


사진) 카페 '목포 1897'.


목포 근대 역사관 2관 바로 앞에는 빨간색 간판과 외벽에 꽃이 그려진 인상적인 카페도 있었다. 어찌 보면 일본풍의 건물 같은 느낌도 들었던 건물인데 그렇게 오래된 건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카페 이름의 '1897'은 목포가 개항되던 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데, 목포는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개항되었던 항구라 한다.


('목포 1897'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abc3399301/222241468188


'목포 1897' 바로 앞에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이름의 울창한 나무들과 담쟁이로 뒤덮인 또 다른 카페도 있었는데 이곳 역시 꽤 운치가 있어 보였다. 알고 보니 이 카페 건물은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절 건축된 꽤 오래된 주택으로 해방 직후에는 한때 적산 가옥이었다 한다.


사진) 카페 '행복이 가득한 집'


(행복이 가득한 집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you1620/222173078377


(목포의 적산 가옥들)

https://kyuri-gunhee.tistory.com/m/265


그런데 모두 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걸어가다 보니 이 근처에는 이처럼 꽤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의 커피숍들이 의외로 꽤 많이 몰려 있었다. 검색해 보니 이 일대를 '근대 역사문화 거리'라 한다는데, 아마도 요즘 목포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바로 이 지역 아니었나 싶다. 언젠가 이곳에 있는 그 멋진 카페들을 천천히 다시 한번 음미해 볼 기회가 주어지기를 나름 기대해 봤다.


(근대 역사문화 거리 카페 등 소개 자료)

https://m.blog.naver.com/you1620/222122605163




사진) 유달 초등학교 강당 모습


유달 초등학교라는 학교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안에 있는 건물의 디자인이 꽤 고풍스러워 보여 검색해 봤더니 역시 이 초등학교는 1898년 당시 목포에 거주하던 일본인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오래된 학교로 그 역사가 122년이나 되는 학교였다. 사진에 보이는 저 특이한 디자인의 건물은 강당으로 사용되는 건물인데 1929년에 건축되었다 한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강당인 셈이다.


(유달 초등학교 소개 블로그)

https://blog.daum.net/squirrel56/8722497


언젠가 광주에 갔을 때 우연히 마주친 '서석 초등학교'라는 학교의 건물도 그 역사가 90년가량 된 것을 알고 좀 놀랐던 적이 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는 그렇게 오래된 건물을 가진 초등학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 광주와 목포 등 전라남도 인근 지역에는 꽤 오래된 역사와 건물을 가진 초등학교가 많이 있는 것 같다.


(광주 서석 초등학교 소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sinbongj/222153082491




유달 초등학교를 지나 유달산을 넘어가다 보니 높고 경사가 심한 곳이었음에도 오래된 주택들이 여러 채 산 위에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길도 좁고 또 고지대라 그곳에서 거주하기에는 좀 불편했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목포 앞바다를 훤하게 내려다볼 수 있어서 그 경치를 보는 맛과 멋만은 이 마을 주민 모두에게 꽤 큰 위로와 즐거움이었을 것 같기도 했다.


사진) 신안 비치 호텔 뒤 유달산에 있는 마을. 폐가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택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호텔 근처에 도착하자 오후에 지인 강아지용 간식을 샀던 그 편의점에 다시 가서 와인과 안주 거리를 좀 샀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호텔방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대략 저녁 8시가 돼가고 있었다. 외로운 객지에서 혼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결국 TV를 켜고 와인과 안주를 꺼내 탁 트인 목포 앞바다를 창밖으로 내려다보며 목포에서의 한잔을 즐기기 시작했다.


사진) 호텔방에서 내려다 보이던 목포 앞바다.


목포도 처음이었고 목포 호텔방에서 목포 바다를 바라보며 한잔하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쓸쓸하고 적막한 객지에서의 혼술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꼭 오고 싶었던 목포에 마침내 도착해 드넓은 목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한잔하는 그 기분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2020년 한여름 8월에 처음 만났던 목포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와인 몇 잔과 함께 꿈속으로 흘러갔다.




다음 편 "그 여름 목포의 향기 (4-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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