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主客)이 바뀐 도시 Paris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1편 Paris-03)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Paris


3. 주객(主客)이 바뀐 도시 Paris


가난한 외국인에 대한 프랑스인의 차별을 그런 행동을 하는 프랑스인의 입장에서만 얘기한다면, 솔직히 프랑스 땅에는 외국에서 온 이민족 이주민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Paris가 그런 현상이 유독 심한데 Paris는 정말 유럽 국가 프랑스의 도시인지, 아니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도시인지 거주민만으로는 전혀 구분이 안될 정도다. 그만큼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Paris 거주민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온 그 많은 이주민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와서, 그 돈을 프랑스에서 펑펑 쓰면서 프랑스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경우라 해도 이 정도로 이주민이 많다면 이미 그 자체로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일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이주민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에 있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나 또는 그 지역 가난한 나라 출신들로서 프랑스에서 단순 노동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면서 고도로 발달한 프랑스의 사회복지 혜택은 모두 누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을 일부 프랑스인들이 집요하게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개인에 대한 혜택이 매우 크고 또 고도로 발달한 한국 의료 보험 체제가 많은 외국인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문제를 삼는 한국인이 적지 않은 것과 유사한 현상인 것이다.


(한국 의료 보험과 외국인 관련 이슈)

https://m.blog.naver.com/sby5600/222346075404

http://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596


프랑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지원금도 주고, 대학교 졸업까지 개인이 부담하는 학비도 거의 없다, 또 이외에도 아무런 차별 없이 이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프랑스의 복지 제도는 너무나 많다.


(외국인도 함께 누리는 프랑스 복지 제도)

https://blog.bokjiro.go.kr/m/238


그런데 그런 혜택을 누리는 이주민들 수가 소수라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수가 급격히 늘어 이제는 Paris처럼 원래 그곳에 살던 백인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이주해 온 흑인이나 아랍인 또는 중국인이 더 많아지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생기다 보니 원래 그 땅에 살던 백인 프랑스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신들이 누릴 혜택을 이주민들에게 빼앗긴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실업률도 매우 높은 정에서 프랑스의 단순 노동 일자리까지 이주민들이 싼 임금으로 대체해가니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뺏어간다는 인식까지 굳어지게 된 것이다.




Paris에 거주하는 외국 이주민이 얼마나 많은지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를 직접 겪어 보기도 했다.


Paris에 도착한 지 아직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시내 중심가를 걸어가는데 불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중년의 백인 프랑스 남자가 내게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질문을 받고 나는 꽤 혼란스러웠다. 서울 시내에서는 내가 길을 아무리 몰라도 내가 제정신이라면 지나가는 백인이나 흑인에게는 길을 물을 가능성은 결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에 있는 도시 Paris에서 나 같은 동양인에게 길을 묻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것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통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은 왜 외국인에게 길을 물을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Paris에 거주하는 사람 중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피부색이나 인종이 다른 외국인 이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주민 중 대다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거나, 프랑스에 이미 장기간 거주한 사람들이라, 불어도 백인 프랑스인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완벽하고, 사실 이미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어 실제 법적으로도 프랑스인인 경우도 많았다. 결국 Paris 인구 중 다수가 그런 이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피부색이 다른 나를 외국인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록 나의 경우는 Paris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길을 알 수가 없었지만, 내게 길을 물었던 백인은 내가 갓 도착한 동양인인지 Paris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양인인지 외관으로 전혀 구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Paris의 총 20개 구중 13구는 구 전체가 중국인 구(區)라고 불릴 만큼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내게 길을 물었던 그 백인은 나를 단순히 그들 중 하나로 인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 프랑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848




Paris에서는 20개 구 전 지역에서 아랍인이나 흑인 주민을 너무도 자주 마주치곤 했었다. 특히 센강 북쪽은 흑인이나 아랍계가 압도적으로 다수인 지역이 대다수라 한참을 걸어 다녀도 심지어 단 한 명의 백인도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센강 남쪽도 전술한 것처럼 13구는 구 전체가 중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15구와 16구 2개 구만이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을 뿐인데, 생각해 보면 서울 시내에서 동양인처럼 생긴 한국인보다 백인이나 흑인을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과 동일한 경우이니 Paris의 상황이 얼마나 특이한 상황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이민족이 점령한 Paris가 싫은 백인들은 Paris에서 좀 떨어진 일드프랑스(Île-de-France)라는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백인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들 입구에는 때로는 "우리 마을은 르펜(Le Pen)을 지지한다"

라는 문구가 대문짝 만하게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Le Pen은 지금도 존재하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Le Front National)의 당시 당수였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인종주의자였다. 현재는 그의 딸 Marine Le Pen이 당수로 있는데 부친 때와는 달리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인종주의적 노선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린 르펜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01801?sid=104


차로 운전하면서 여행 다닐 때, 이러한 문구가 있는 마을을 보게 되면 풍광이나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겁도 나서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다른 인종이 싫으니 들어오니 말라고, 푯말까지 세워 경고를 하는 셈인데, 굳이 그 동네로 들어가 냉대와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Paris에서 백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또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알려진 16구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16구에 거주하는 연수생 동기의 집에 놀러 갔다가 아파트를 잘 못 찾아 다른 아파트에 가게 됐는데, 그 아파트 백인 경비원이 정말 등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적대감을 갖고 나를 대하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친구를 찾아왔다 하니, 너 같은 동양인이 이런 고급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있겠냐는 시선으로 나를 아래 위로 한번 훑어보더니 여기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고, 이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종업원 아니냐고 물어왔다. 다시 한번 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했더니, 이번에는 나의 어눌한 불어가 답답하다는 듯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황당하게도 그 경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을 영어를 못한단다....


내가 영어 못한다고 했으면 불어도 못하는 외국인 주제에 영어까지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려는 의도였는데 불행히도 내가 영어를 한다고 하니 그 뜻을 펼치지 못한 것이었다.

뭔가 무시하고 싶고, 모욕도 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 더 짜증을 내는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아파트를 잘 못 찾은 것을 마침내 깨닫고 미안한데 잘못 찾아왔다고 하고 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원격으로 개폐가 조정되는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얼마 후 결국 열어주긴 했지만 감금되는 것 아닌가 싶어 잠시나마 꽤 긴장했었던 순간이었다. 그날 마주친 백인 경비원의 끓어오르는 듯한 적대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Paris시내에서 택시를 탔을 때, 백인 여자 택시기사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라 답했더니, 한숨을 의도적으로 크게 내쉬며 오늘은 하루 종일 아시아 사람만 태운다고 구시렁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방금 전에 베트남인을 태웠는데, 바로 뒤 한국 사람이란다. 뭐 그다음 말은 안 했지만, 결국 동양인들이 너무도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사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결국 바로 그 동양인들이 없었으면, 오늘 하루 종일 손님 한 명도 못 태워 수입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지..


그런데 프랑스인의 인종차별을 경험해 보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깊은 마음속까지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외형상으로는 그랬다. 반면, 택시기사나 경비원처럼 보다 단순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그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자신들의 일자리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더 그랬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




학원에서 같이 수업받던 한국인 학생 중, 한국의 은행에서 연수 온 사람이 있었는데,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강북(Rive Droite) 지역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루는 학원 수업이 끝나고 그 은행원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아파트 입구 우체통에 무슨 편지 같은 것이 있어 꺼내서 함께 읽어 봤더니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 특히 범죄 경력이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당장에 출국하라는 경고문이 살벌한 문체로 적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던 15구만 해도 이주민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런지, 그런 경고장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또 받아 본 적도 없었는데 그 은행원은 이런 편지를 이전에도 이미 몇 차례 받았다며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원래 Paris에 살던 백인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밀려나고, 외국에서 온 이민족 이주민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체해 그 지역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있는 현실에 반감을 갖고 있는 백인들이 그런 편지를 반복적으로 뿌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정확한 수치가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라서 좀 조심스럽지만, Paris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 중에서는 아프리카계나 동양계보다는 유독 아랍계 이주민들의 범죄율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뒤집어 보면 결국 아랍계 이주민들이 그만큼 사회적으로 더 차별받고 또 주류 사회에 더 동화하지 못한다는 그런 의미도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학 후배 두 명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아랍인 택시 기사가 갑자기 등을 돌려 가스총을 쏘는 바람에, 두 명 모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Paris 북부 아랍인 거리였다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두 사람 모두 지갑은 다 털린 상태였고, 한 명은 너무 가까이에서 가스총을 맞아서 얼굴에 화상까지 입었을 정도였다. 두 명의 건장한 한국인 남자들이 단 한 명의 아랍인 택시 기사에게 백주에 강도를 당한 것인데, 인원수에 관계없이 무기를 사용한 경우이니 어쩔 도리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도 한 번은 인적이 전혀 없는 길을 혼자 걸어가는데, 뒤에서 어떤 아랍인이 계속 따라온 경우가 있었다. 겁이 좀 나기도 했는데 마침 가방 속에 포도주병이 하나 있어 그걸 꺼내서 허공에 열심히 휘두르며 걸어갔다. 그런데 그 행동 덕이었는지 아니면 공연한 오해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잠시 후 뒤를 돌아보니 그 아랍인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요즘 유럽에서 발생하는 테러들의 대부분은 IS 등 아랍계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데, 세월이 흘러서 사람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유럽인과 아랍인 간의 갈등은 이미 내가 Paris에 거주하던 22년 전 1995년에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당시에도 이미 적지 않은 사건들이 아랍인에 의해 자행되고 있었던 만큼 그들 간의 관계와 갈등은 그 뿌리가 꽤 깊은 것 같다.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아랍계 인구가 이미 인구의 10% 수준인 600만 명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다. 중동 국가 레바논 인구가 680여만이라 하니 거의 레바논이라는 한 국가 인구수만큼 엄청나게 많은 아랍인들이 프랑스라는 유럽 땅 안의 국가로 이주해서 자신들의 새 삶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프랑스인으로서 살고 있음에도 종교, 풍습, 문화 등 대다수 영역에서 프랑스 고유 방식과는 다른 그들만의 방식을 한사코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들의 흔한 현실이라 서로 이질적인 두 집단 간의 갈등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것 같다.




서유럽의 3대 강대국을 보면, 독일에는 게르만, 영국에는 앵글로 색슨이라는 각각 그 국가를 대표하는 민족이 있다. 반면, 프랑스 경우 대표 민족이 뭐냐고 물으면, 언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라는 국명은 게르만의 일파인 프랑크 족에서 나왔고, 프랑크 족보다 먼저 프랑스 영토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골(Gaule) 족이 대표 민족이라고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너무도 많았던 혼혈 때문인지, 아니면 민족을 강조하지 않으려는 어떤 의도가 있었던 때문인지 프랑스의 대표 민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의 지도자들 마저도 외국인 출신이 많다. 전 대통령 사르코지는 부친이 헝가리인이며, 나폴레옹도 그가 태어날 당시에는 완전한 프랑스 영토가 아니었고 언어도 달랐던 이태리 인근 코르시카(Corse) 섬에서 태어났다.


이처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없거나 희박한 프랑스에서 조차 아랍계 프랑스인과 백인간 갈등은 오랜 역사를 거쳐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단일 민족이라고 교육받고 또 대다수가 그렇게 믿고 있는 한국에서 외국 이주민 집단 거주구역이 점차 늘어나고 다문화 가정도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언젠가 프랑스가 겪고 있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에 우리도 당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인데 과연 그때 그 문제들을 원만하게 잘 풀어 갈 수 있을지는 꽤 의문이다. Paris처럼 서울시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이나 아랍인이 되는 그런 날이 혹 온다면 말이다....


외국인의 유입을 막자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일 민족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한국사회가 인종과 민족 간 갈등 해결에 관한 경험이나 면역력이 프랑스보다 훨씬 더 취약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니, 우리 스스로의 약점을 미리 깨닫고 사전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얘기일 뿐이다.


일본도 외국인, 특히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들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는데, 일본에 장기간 거주했던 한국인들이 외국인에 대해서는 일본보다 한국이 오히려 더 배타적인 사회라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 역시 생각해봐야 할 점인 것 같다.


현재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실과 그들에 대한 우리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가난한 외국인들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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