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주거 공간 (10-09)

■ 아파트 영요세기, 싱윈지에, 네이후

by SALT

2007년 1월 대만에 부임했다. 그로부터 약 2년간 대만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찍은 2007~2008년 시절의 대만 사진들을 공유한다.




아래 사진들은 대만법인 근무 시 거주했던 '영요세기(榮耀世紀)'라는 아파트의 모습이다. 회사 규정상 주재원 주택은 임대가 원칙이라 이 '영요세기'라는 아파트를 임대하여 대만 주재기간 내내 약 2년간 월세를 지불하고 살았다. 주재원 월세는 일정 한도를 넘지 않으면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주었다.


당시 지불했던 월세 금액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대만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2019년 현재 매매가 기준으로 당시 내가 살던 평수의 이 아파트 가격은 약 3천6백만 NTD로 한화로는 약 14억 원 정도다. 물론 단지 내 더 큰 평수의 아파트는 훨씬 더 비싸 20억이 넘는 것도 있는데, 혼자 거주했던 나로서는 그렇게 넓은 평수에 살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당시 타이베이의 부동산 가격을 감안하면 꽤 고급 아파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2008년 말 대만 근무를 마친 후에는 홍콩법인으로 발령받아 홍콩에서 근무했는데, 한국, 홍콩, 대만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보면, 홍콩이 압도적으로 가장 비싸고, 그다음이 한국이며, 대만의 아파트 가격은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 같다.


(아파트 단지 입구 모습)

https://goo.gl/maps/dhf7TWK5KFSmamSx6


아파트 단지 출입구로 접근하는 길. 내가 대만에 부임한 시기는 2007년 1월이었는데, 이 아파트 단지는 2005년 초 완공되었으니, 내가 입주할 당시 이 아파트는 약 2년 정도 된 신축 아파트였다. 그래서 그런지 단지 주변에 조경을 위해 심어 둔 나무에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직 버팀목이 남아 있었다.


조경수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심어진 사진 속 나무들은 야자수 같은 나무들이었는데, 나무의 껍질이 정말 단단해 만져보면 마치 시멘트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 경비실 건물 모습. 지붕에 돔이 있는 이 경비실 실내를 통과해야만 단지 내로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경비실 건물 실내 모습



경비실을 통과하면 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한 이런 아름다운 정원이 나타난다. 아파트 단지의 전반적인 모습이나, 운영 수준은 빈부차가 매우 심한 베이징의 부자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정원 주변의 기둥과 회랑. 매일 출퇴근하며 이 아름다운 기둥들 사이로 2년여간 걸어 다녔다.

서울에도 고가의 고급 아파트가 많지만, 이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아파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정원과 대비되는 서늘한 그늘이 있는 정원 주변 실내 회랑



아파트 거실. 사진의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나무 무성한 공원이 칭빠이(Qingbai, 淸白)라는 이름의 공원인데, 베란다 바로 앞이 공원이라 경치와 공기 모두가 좋았다.


사진 좌측 하단의 탁자 위에는 '조니 워커(Johnnie Walker)' 위스키 병도 보인다. 대만은 금문도라는 섬에서 제조되는 '진먼까오량(金門高粱酒)'이라는 58도짜리 독주가 유명해서 외부에서 회식할 때는 거의 항상 그 술을 주문해서 마셨다. 나 역시 그 술을 즐겼고, 대만에서 양주를 산 기억도 즐겨 마신 기억도 없는 데, 탁자 위 저 술은 아마 출장자가 선물로 가져온 것 같다.


이 아파트 베란다를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잊지 못할 기억도 있는데, 어느 날 한밤 중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아 잠을 깼는데, 화급히 거실로 나와 사진 속 저 창 밖을 바라보니 산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베란다 너머 보이는 저 산이 움직인 것이 아니고, 그날 밤 지진이 발생해 내가 거주하던 아파트가 좌우로 움직였던 것이다. 다음날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전날 밤 타이베이에 진도 6의 지진이 발생했었다고 했다.


대만의 지진은 정말 흔하고 심하다. 그래서 그런지 진도 3~4 정도의 지진에는 직원들은 거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처럼 지진이 흔하지 않은 나라에서 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날 처음 겪은 지진에 꽤 놀랐었고 이후 한동안 Trauma처럼 그 공포가 남아 있었다. 한국 본사에서 온 어떤 출장자는 호텔에서 잠자다 지진을 겪고 너무 놀라 거의 반나체로 한밤중에 급하게 호텔 밖으로 뛰어나온 경우도 있었다.



거주하던 아파트의 부엌. 냉동 상태로 판매하는 1인용 새우볶음밥을 사서 거의 매일 아침 여기서 전자레인지에 간단하게 데워 먹고 회사로 출근하곤 했었다. 브랜드도 기억나지 않지만 꽤 맛있었던 대만 냉동식품이었다.

물론 가끔은 김치찌개 같은 한국 음식도 해 먹었다. 음식을 해 먹던 주방 시설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새우볶음밥 맛이 다시 기억나는 것 같다.



작은 방에 있던 탁자로 아파트 주인이 사용하라고 두고 간 것인데, 윗면은 돌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저 단순한 탁자인데 굳이 왜 이 탁자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사진을 보니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의 작은 방 모습과 구조, 그리고 방안의 그 서늘한 온도와 냄새까지 새삼 다시 떠오르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칭빠이(Qingbai, 淸白) 공원을 베란다에서 찍은 모습. 사진에 보이는 공원 내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 부근에는 작은 정자도 있었다.



큰 방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Qingbai(淸白) 공원 쪽을 찍은 사진인데, 자세히 보면 사진 중앙에 새가 한 마리 난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에 흰색의 깃털이 있는 것으로 봐서 흔한 참새는 아닌 것 같다.



2008년 9월 28일 (일요일) 촬영한 동영상인데, 폭우가 쏟아져 창밖으로 보이는 Qingbai(淸白) 공원의 작은 동산 상층부 흑이 아래로 떠내려간 모습도 보인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던 '캉닝(康寧)' 초등학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저녁에 가끔 이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는데, 동네 주민들도 해가 떨어져 가는 좀 더 선선한 저녁이 되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저렇게 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곤 했었다.

(캉닝 초등학교 정문 모습)

https://goo.gl/maps/Mm48PXcsLk7QQ9Z89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초등학교 말고도, '원더(文德)'라는 여자 고등학교도 있었는데, 사진 우측이 그 학교다. 아침 출근길에 사진 속에 보이는 이 길로 걷다 보면 우측의 학교 담 너머에서 수십 명의 여고생들이 남자같이 고래고래 큰 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거의 매일 들을 수 있었는데, 아마 지각생들이 벌을 서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2007~8년 2년간 매일 사진 속 저 길로 출퇴근하며 걸어 다녔다.

(원더 여고 정문 모습)

https://goo.gl/maps/1WfRF56WyHvQFS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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