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거리, 골목, 건물 (10-08)

■ 빅토리아 호텔, 법인 사무실

by SALT

2007년 1월 대만에 부임했다. 그로부터 약 2년간 대만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찍은 2007~2008년 시절의 대만 사진들을 공유한다.




타이베이 중산구(中山區)에는 Victoria(維多麗亞)라는 이름의 호텔이 있다. 법인에서 멀지 않아 출장자들이 오면 이곳에서 숙박하기도 했는데, 서비스가 특별히 우수하거나 고급 호텔은 아니었지만 건물이 이국적이었고 내부 곳곳에 인상적인 공간이 꽤 많았던 호텔이었다.


Victoria Hotel 건물 외관. 종탑처럼 보이는 탑과 붉은색 돌로 만들어진 외벽이 이국적인데, 어찌 보면 타이완 북부 단수이(淡水) 지역에 있는 고성(古城) San Domingo 성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중국어로는 '홍마오청(紅毛城)'이라 불리는 San Domingo 성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1628년 당시 대만 북부 일대를 지배했던 스페인에 의해 건축된 성인데, 이후 네덜란드, 청나라, 일본 등으로 대만을 지배하는 국가가 바뀌면서 성의 주인도 같이 바뀌었던 곳으로, 어찌 보면 여러 나라의 지배를 번갈아 가며 받아야만 했던 대만의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San Domingo 성 모습)

https://blog.naver.com/eos450d/220707651311



호텔 방에서 내려다본 Victoria Hotel의 종탑 부근과 옥상의 수영장 그리고 1층 정원 모습. 종탑 뒤로 보이는 길이 '뻬이안(北安)' 길인데, 한국식 이발을 해주는 단골 이발소가 있는 '티엔무(天母)'라는 지역에 가려면 집에서 이 길을 따라가야 했기 때문에 적어도 매달 1번 이상은 저 길 위로 다녔다.


도로 위의 고가도로처럼 보이는 구조물은 MRT(Mass Rapid Transit)라 불리는 대만의 지하철 선로다. 대만에서 멀지 않은 홍콩의 지하철은 MTR(Mass Transit Railway)이라 불리는데, 대만과 홍콩의 지하철 이름이 MRT와 MTR로 너무도 비슷해서 간혹 혼동되기도 했다.



호텔의 붉은 외벽과, 발코니의 화분들, 그리고 테라스의 나무 바닥. 사진만 봐서는 지중해나 카리브해 어느 곳에선가 찍은 모습인 것 같다.



나무와 화분들로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는 테라스 내부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모습. 이 호텔에 투숙한 출장자를 기다릴 때는 이곳에 앉아 그늘과 햇살을 즐기곤 했다.



호텔 로비에서 테라스로 나가는 출입구. 사진 오른쪽 파란색 문으로 된 공간은 호텔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파란색 문이 햇살과 함께 묘한 느낌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었다.




타이베이 북부 네이후(內湖 ) 루이광루(瑞光路)에는 안팎이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장식된 Liberty Times Square(自由時報大樓)라는 건물이는데, 이 건물 10층에 법인 사무실이 있었다. 마지막 날 하루를 빼고는 대만 주재 약 2년간 매일 사진 속에 보이는 이 건물로 출근했었다.


건물 우측 측면 모습. 법인은 집에서부터 약 3km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그 길을 매일 걸어서 출근했다. 매일 아침 사진 속 저 끝에서부터 걸어와서 사진 중앙의 건물 옆문을 통해 사무실로 들어가곤 했었다.



건물 뒤쪽의 광장. 대만에 근무할 때는 담배를 피우던 시절인데, 골치 아픈 일 있으면 가끔 이 조용한 광장으로 나와서 혼자 뻑뻑 담배를 피우곤 했던 기억이 스며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광장은 항상 이렇게 인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건물 경비와 관리인이 건물 주변을 정돈하는 모습. 다소 직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한국인이나 중국인보다는 대만인들은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관상으로는 대체적으로 예의가 바르고 친절한 편이었다. 이 분들도 그랬다.


언어도 같은 중국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대만인들의 말투나 억양은 중국 본토인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895년부터 2차 대전 종전 시까지 반세기 간 일본 지배를 받았던 영향도 꽤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건물 바로 옆에 있던 꽃 시장. 큰 규모의 꽃 시장이었는데, 최근 구글 지도 거리뷰를 보니 꽃시장은 철거되고 멋진 공원이 대신 들어서 있었다.


[ 꽃시장이 있던 사진 속 장소의 최근 모습 ]

https://goo.gl/maps/1bnRVNFQVR1A65BR7



법인이 있는 건물 뒤쪽의 거리. 우측에 보이는 하얀색 건물은 11층의 Neihu Sports Center인데, 안에는 수영장을 비롯해 각층별로 다양한 체육시설이 있었다. 건물 전체가 체육시설로 채워져 있는 건물이다.



법인 건물 내부. 벽이 온통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대만의 건물은 이 건물처럼 건물 중앙이 공간으로 된 'ㅁ'자형 건물이 많았는데, 이런 구조가 지진에 잘 견디기 때문이라 했다. 대만은 지진이 매우 흔하고 심한 곳이다.



10층에 있던 법인 사무실 모습. 휴일 홀로 출근해 찍은 사진인데, 주중에는 너무도 시끌벅적한 공간이었지만 휴일에는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적막만이 흐른다.



사무실 모습. 나도 그런 적이 있었나 싶은데 모든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장기 재고는 죄악'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적혀 있다. 재고 관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직원 중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대만인 직원도 몇몇 있었는데, 그중 한 직원의 책상 위에 적혀 있는 문구.

약간 체중이 있는 직원이었다.



법인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시내. 사진 중앙에 101층 건물이 보인다. 답답하면 이렇게 창밖의 타이베이를 바라보곤 했었다.



법인 사무실 밖으로 보이는 지룽 강.



대만은 일본과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은 곳이라, 일본 수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형을 한국 출장 중 한 개 사 와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직원들이 들어오면 일본 수군을 격파했던 거북선의 역사를 강조해서 설명해 주고는 했다. 우리도 경쟁사인 일본 회사 제품을 이겨보자는 그런 뜻이었다.


거북선 옆에는 표백제가 있는데, 왜 저 표백제가 내 책상 위에 있게 되었는지는 나도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표백제를 계속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더니, 직원들은 법인 실적이 계속 안 좋으면 내가 그걸 마시고 자결하려고 준비해 둔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기도 했다. 이미 10여 년 전, 흘러간 과거의 씁쓸한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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