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화분에서도 키워낼 수 있을지 궁금해서. 그걸 당신이 해 줬으면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 선물이었다.
델피늄은 신기하게도 초여름날에는 물보라처럼 투명하다가, 거세지는 햇빛처럼 파란색이 뭔지 보여 주겠다는듯이 쨍해졌다. 이파리도 꽃이 버거울 정도로 연약했다가, 꽃이 쨍해지면 그에 질세라 튼튼해졌다. 당신은 초보 식물가면서 식물학자처럼 그걸 매 아침마다 사진을 찍고, 매 아침마다 보여 주는 것었다.
델피늄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오래 살았다. 그가 죽었을 때 당신은 아마 나보다 더 슬퍼했었겠지. 기억은 델피늄 꽃잎처럼 희끗해졌다. 아, 그랬던 여름도 있었지.
나는 그런 당신을 잊지 못한다. 여전히 그 여름날에 산다. 연한 델피늄 꽃잎이 튼튼해지고, 점차 파도처럼 진해졌던 그 여름날을. 당신이 아이처럼 좋아했던 그 날들을. 나는 그 여름 루프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