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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 너도 나도.
by
cypress
Feb 3. 2021
인형처럼 예쁜 우리 삼색이...
돌보는 길냥이 아가 중 어쩌면 최강 미묘.
7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구청 tnr이 한참 후라
마음이 급해 사비로 중성화 수술을 해줬다.
부비부비도 하고 무릎에 올라오기도 하고
어느 정도 순화가 돼 있던 아이여서
퇴원 후 임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손을 탔다고 해도 길냥이는 길냥이...
야생성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아 좀
충격받았다
...
밤부터 아침까지 쉬지 않고 울부짖고
밖에 나가고 싶어 창문을 긁어대며 포효하고
책장 꼭대기까지 칸마다 점프하면서 책이며 물건
다 떨어뜨리고 본인도 떨어지고
방 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민원이 안 들어온 게 기적
ㅠ
ㅠ
길냥이 대부분은 혼자 격리하고 진정하게 둬야 하는데
이 아이는 내가 방만 나가면 더 크게 울부짖고 찾아서
같이 꼬박 밤새고 남편도 덩달아 잠을 못
자
고...
사람을 아예 거부하는 거면 혼자 적응하게 둘 텐데
놔두고 나가면 더 크게 울어버리고
놀라서 들어가 보면 무릎에 올라와서
목에 발 두르고 제발 보내달란 듯이
눈 보며 울어대고ㅠㅠ
ㅠ
전 날 저녁부터 수술 당일 오후까지 먹은 게 없어
장에 든 변이 나오지 못해 화장실에서 자세만 취하며 괴로워 우는 거 보고 새벽 5시에 들쳐 안고
응급실 다녀오고...
울지 않을 때는 이동장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질 않고
밥도 안아서 입에 주사기로 강급하지 않으면
스스로 먹지도 않아서 살이 쏙 빠지고
먹인 것도 뱉어내고...
중성화 수술은 후회하지 않지만
나가고 싶어서 울부짖고
응가 못해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뼛속까지 죄책감이 차올라서 괴로웠다.
일은커녕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니
며칠 사이 2kg이 저절로 빠짐, 강제 다이어트.
이렇게 안 먹고 울부짖는 아이라면
빨리 방
사해서
가족과 만나게 하는 게 답이라는 말을 듣고
입양 신청했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입양을 취소했다.
임보 하면서 잘 적응하면 어쩌면
달타냥 동생으로 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다 내 헛꿈.
애초에 따뜻한 집에서 살라고
입양 보내겠다고 한 것 자체가
우리들 기준의 욕심이었던 듯...
우리가 관리하는 밥자리 확실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가족들과 뛰어놀며
다른 영역은 가지 않는 아이들이었는데
그 자연의 삶을 헤쳐놓고 가족을 찢어놓으려 했던
무지한 인간들의 이기심을 용서해주렴...ㅠㅠ
집에 새로운 침입자가 나타나
방 문 앞에서 계속 하악질하고 경계하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서 애타게 한
우리 달타냥에게도 정말 미안...
엄마도 다른 임보자들도 다 뼈저리게 깨닫고
많이 힘들었단다 얘들아ㅠㅠ
사는 동안 밥이나 잘 챙겨줄게ㅠㅠ
p.s 섭취 거부와 우울증에 시달렸던 삼색이는 방사하자마자 오빠들이랑 코 뽀뽀하고
서로 냄새 맡다가 뛰어다니고
스크래칭 하고 신나심...
응급실에서 준 약 꼬박꼬박 먹였더니
변도 물러져서 응가도 하고.
다행히 우리 보고 경기는 일으키지 않았다,
경계는 좀 하지만 근처에도 와 주고...
고마워 삼색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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