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너도 나도.

by cypress


인형처럼 예쁜 우리 삼색이...

돌보는 길냥이 아가 중 어쩌면 최강 미묘.
7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구청 tnr이 한참 후라

마음이 급해 사비로 중성화 수술을 해줬다.


부비부비도 하고 무릎에 올라오기도 하고

어느 정도 순화가 돼 있던 아이여서

퇴원 후 임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손을 탔다고 해도 길냥이는 길냥이...


야생성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아 좀 충격받았다...






밤부터 아침까지 쉬지 않고 울부짖고

밖에 나가고 싶어 창문을 긁어대며 포효하고

책장 꼭대기까지 칸마다 점프하면서 책이며 물건

다 떨어뜨리고 본인도 떨어지고

방 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민원이 안 들어온 게 기적

길냥이 대부분은 혼자 격리하고 진정하게 둬야 하는데

이 아이는 내가 방만 나가면 더 크게 울부짖고 찾아서

같이 꼬박 밤새고 남편도 덩달아 잠을 못 고...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10203161008_0_crop.jpeg


사람을 아예 거부하는 거면 혼자 적응하게 둘 텐데

놔두고 나가면 더 크게 울어버리고

놀라서 들어가 보면 무릎에 올라와서

목에 발 두르고 제발 보내달란 듯이

눈 보며 울어대고ㅠㅠ

전 날 저녁부터 수술 당일 오후까지 먹은 게 없어

장에 든 변이 나오지 못해 화장실에서 자세만 취하며 괴로워 우는 거 보고 새벽 5시에 들쳐 안고

응급실 다녀오고...


울지 않을 때는 이동장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질 않고

밥도 안아서 입에 주사기로 강급하지 않으면

스스로 먹지도 않아서 살이 쏙 빠지고

먹인 것도 뱉어내고...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10203161101_1_crop.jpeg


중성화 수술은 후회하지 않지만

나가고 싶어서 울부짖고

응가 못해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뼛속까지 죄책감이 차올라서 괴로웠다.

일은커녕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니

며칠 사이 2kg이 저절로 빠짐, 강제 다이어트.

이렇게 안 먹고 울부짖는 아이라면 빨리 방사해서

가족과 만나게 하는 게 답이라는 말을 듣고

입양 신청했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입양을 취소했다.




IMG_20210201_210853_250.jpg


임보 하면서 잘 적응하면 어쩌면

달타냥 동생으로 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다 내 헛꿈.

애초에 따뜻한 집에서 살라고

입양 보내겠다고 한 것 자체가

우리들 기준의 욕심이었던 듯...

우리가 관리하는 밥자리 확실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가족들과 뛰어놀며

다른 영역은 가지 않는 아이들이었는데

그 자연의 삶을 헤쳐놓고 가족을 찢어놓으려 했던

무지한 인간들의 이기심을 용서해주렴...ㅠㅠ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10203161937_2_crop.jpeg


집에 새로운 침입자가 나타나

방 문 앞에서 계속 하악질하고 경계하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서 애타게 한

우리 달타냥에게도 정말 미안...

엄마도 다른 임보자들도 다 뼈저리게 깨닫고

많이 힘들었단다 얘들아ㅠㅠ

사는 동안 밥이나 잘 챙겨줄게ㅠㅠ



p.s 섭취 거부와 우울증에 시달렸던 삼색이는 방사하자마자 오빠들이랑 코 뽀뽀하고

서로 냄새 맡다가 뛰어다니고

스크래칭 하고 신나심...

응급실에서 준 약 꼬박꼬박 먹였더니

변도 물러져서 응가도 하고.

다행히 우리 보고 경기는 일으키지 않았다,

경계는 좀 하지만 근처에도 와 주고...

고마워 삼색아ㅠ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이 구역의 냥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