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는 황무지 위에 만든 도시라 그런지 굉장히 건조했다. 도착부터 목이 따갑더니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쓰라리기 시작했다.
"목에 좋은 티가 있어. 자, 이거 타 먹어봐"
역시나 민박집 아주머니의 친절은 유효기간이 짧았다.
"야,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그렇게 많이 타 먹어."
내 작은 명예를 걸고 말하건데, 난 딱 티스푼으로 두 번 넣었다. 나중에 마트에서 확인해보니 그 좋다는 티는 한국돈 6500원 정도 했다. 내가 그 중 한 1/30 정도의 양을 먹었으니까 150원이나 먹은 셈이다. 팁까지 200원쯤 두둑히 챙겨드렸어야 했다. 황무지만큼 건조한 인심으로 기억되는 마드리드 민박. 우리는 아침을 먹자마자 짐을 챙겨 체크아웃했다. 또 교회 때문에 쫓겨날 수도 있으니.
우리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민박집 이름을 밝히고 싶지만 마드리드에 한인민박이 몇 개 없기에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이 딸리면 항상 소비자가 약자 아닌가. 오심도 경기에 일부이듯, 박한 인심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아침부터 찾아간 '산티아고베르나베우'. 마드리처럼 약간 무미건조한 느낌이 구장이다. 10시30분 입장권을 구입했다. 가이드 없는 투어비가 16유로이니 조금 비싼 편이다. 그래도 레알마드리드는 워낙 역사 깊은 구단이라서 볼 거리는 많았다.
게이트를 통해 태양 빛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순간 눈앞에 초록 피치가 펼쳐진다.
투어의 시작은 역사관(?)이다. 레알마드리드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속 물건이 축구보드게임인지, 축구게임을 위한 보드인지 모르겠다. 전자는 놀거리, 후자는 감독의 밥줄. 아무튼 영역을 나눠서 선수들의 움직을 세밀화 해놓은 것이 전문적으로 보인다.
'역사관'이라는 곳은 조금 싱겁다. 축구에 엄청나게 애정이 많다거나, 레알마드리드 광팬들이나 좋아할 공간이다. 나는 소위 축구에 미쳐서 유럽에 축구 여행을 간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런 공간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축구광이라고 하기에는 다분히 부족하다. '축구를 빌미로 놀러간 사람'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지나가던 터키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다. 감쪽이 레알의 멤버가 되고 싶었는데 얼굴이 커서 금새 드러나고 만다. 무서운 사실은...실제도 이럴 수 있다는 것이다. 키나 몸이야 일반인인 우리가 선수들에 비해 작겠지만 머리 크기는 선수들 보다...프로다.
우까까만 넣어서 프레임을 좁혀 찍으니 더 감쪽 같다. 다만 이번에도 저 크로스백이 에러다.
지금은 워낙 컴퓨터를 이용한 그래픽 기술이 발달해서 실사로 포스터들을 쉽게 만들지만 예전에는 저렇게 포스터에 그림을 그려서 활용했다. 오히려 더 정감가고 좋다. 디자인적으로도 소장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글쓰는 척 설정 샷. 실제로는 빨리 찍으라며 복화술로 독촉하며 쨍 볕에 노화를 촉진하고 있는 중.
투어 중 만난 독일 노부부다. 서로 말이 안통해서 웃음만 오고 갔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사람들이다. 연신 '당케쉔'을 연발하셨다. 우리도 연신 '당케쉔' 했다. 훈훈한 투어.
무리뉴처럼 포즈 잡아봤다. 실제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벤치다. 무리뉴 혹 호날두와 엉덩이의 온기를 나눈 사이가 됐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며 사워실, 마사지실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즐비한 구단이다 보니 구단 '역사관' 보다 이런 곳이 더 관심이 간다. 샤워장은 칸막이 없이 상당히 공개적이다. 서로 참 비밀이 없겠다. 저기서 핸드폰 하면서 힘주고 있는 호날두를 상상해보라. 우리 형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장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프레스룸이다. 구단이 원하는 마케팅 포인트를 여기서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너도나도 무리뉴 흉내내고 엉덩이 온기 공유에 흥분하다. 뭐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