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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Sep 09. 2017

"조센징에게 그러지 마!"

제국주의 일본의 통치술을 생각하며.

며칠 전, 한 게임의 제작발표회에서 소란이 일었다. 성우로 출연하는 어떤 일본 배우가 회장에서 북한의 안보 위협과 관련된 말을 하면서 한국인을 '조센징'이라는 비하어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인터넷은 뒤집혔고, 그 게임의 개발사에서는 사죄 성명을 올렸다.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그런 사건이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나의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깊어졌다.


이 책의 내용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행한 차별대우나 언어폭력에 대해 적혀있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이 조선헌병대 사령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이와사 로쿠로라는 인물에 의해 작성되어서 일부 일본인 관료나 사회지도층에 배포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인의 차별대우를 고발하는 성격의 책이 왜 일본인에 의해 작성되었을까? 조선헌병대 사령관이 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와사 로쿠로 당시 조선헌병대 사령관은 일제 치하 조선인의 '미담'(물론 이 '미담'은 전적으로 일본인의 시선에서 보아야 하는 내용이다.)을 모아 책자를 발간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단지 변심에 의해서 이런 책을 제작할 일은 없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조선인의 불만을 제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실로 광범위하고, 전 연령대에 걸쳐 퍼져있었다. 차별당하는 조선인 입장에서 보면 일본인 전체에 대한 반감이 퍼져나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일본인의 조선인 차별이 만성화되어있고, 해외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조선 독립을 위해 움직이는 수많은 단체들이 있다. 그 상황에서 무언가 '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고조된 조선인들의 불만과 독립단체들의 큰 움직임에 의헤 제2의 3·1 운동 같은, 조선인들의 대규모 저항 운동이 발생할 수 있다. 경찰 병력이 당시에 비해 증가하긴 했지만('문화통치'의 모순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저항 운동을 진압하는 데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당시 저자인 조선헌병대 사령관은 이러한 예측 하에 조선인들의 일상적인 불만을 제어할 필요성을 느꼈고, 조선인의 '미담'과 일본인들의 차별대우를 밝히는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일본인이 조선인을 조금 더 유화적으로 대하게 하여 조선인의 불만을 제어하고, 나아가 '내선일체'로의 길을 조금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실제 사례들을 잘 읽어보면 "이렇게 차별대우를 하면 내선일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는 조선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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