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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Sep 04. 2017

스마트폰 편력

굳은 신뢰와 마이너 성향과 여러 사정이 겹쳐 만든 마이너 편력

내 옛 글을 돌아보던 중, 화웨이의 비와이 폰 15일 사용소감이라는 글을 다시금 읽었다. 처음 쓴 스마트폰 소감 글이었다.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비와이 폰 이전에 사용하던 폰들에 대한 추억도 떠올랐다. 떠올리고 보니 나란 놈은 '기본적으로 한번 정준 브랜드에 신뢰가 있는데, 그게 대중적인 대세 폰은 아닌 탓에 때때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일을 자주 겪는 사람'이었다. 지금 쓰는 폰에 딱히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문득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멋있게 보이는 현상. 뭐 그런 거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경쟁하던 여러 회사들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써온 스마트폰이 어떤 의미로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이전에 쓴 글의 후일담을 겸하면서 지금까지 써온 스마트폰을 회상하는 글이다.


베가 레이서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산 내 첫 번째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다. 왜 팬택 스카이 폰이 첫 타자였나 하면 이유는 단순하다. 이전에 쓰던 피처폰이 팬택제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전, 피처폰 시절의 팬택에는 명품 이미지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팬택제 피처폰을 사용하면서도 불편하거나 한 점은 없었던 고로, 내 첫 스마트폰으로 점찍어 두었다. 나는 이 녀석을 쓰면서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하나하나 천천히 배워나갔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 패턴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오랜 기다림 끝에 ICS(안드로이드 4.0 코드네임) 판올림을 받았을 때의 감격도 잠시, 내 베가 레이서는 원인 모를 고장으로 신음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팬택 서비스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곧장 달려가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해결책은 찾지 못하였다. 마침 대란이 터진 스마트폰이 있었고, 나는 그 폰으로 바꾸게 되었다. 베가 레이서를 손에 넣은 지 1년 좀 지난 때였다. 



LG의 옵티머스 LTE 2이다. 당시에는 일명 '옵이이 대란'이 터져서 할부원금 단 3만 원에 살 수 있었던 폰이다. 공교롭게도 베가 레이서가 고장 난 시기에 대란이 터져서 거의 거저 갈아탄 폰 되겠다.(베가 레이서의 잔여할부금 관계로 실질적으로 옵티머스 LTE 2를 사용하면서 실질적으로 낸 요금은 조금 많지만.) 스펙도 당대 최고를 자부했을 정도로 준수하다. 케이스를 씌우고 다녀서 체감은 하지 못했지만, 뒤판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너무 각이 진 디자인인 탓에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앉으면 다리의 어느 한 점에 쿡쿡 눌리는 것이 단점이랄까? 하여튼 여러 모로 베가 레이서 이상으로 만족하면서 사용한 폰이었기 때문에 다음 폰도 LG전자 제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 녀석이다. LG G PRO 2. 3일 만에 포기한 직장에서 구한 폰이다. 물론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그래도 그런 비싼 대가를 상쇄할 정도로 난 이 폰이 좋았다. 특히 2014년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6인치에 가까운 대화면이 정말 좋았다. G PRO 2는 내게 패블릿의 개념을 이해하게 해 주었다. 다만, 그 대가로 무게가 좀 있어서 헬스장에서 주머니에 넣기가 살짝 곤란했다. 그래도 이 폰을 손에 넣은 뒤, 난 다른 폰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무뎌져서 최신폰 출시 소식이 나와도 한 귀로 흘려들을 정도로. 그렇게 2년 약정을 풀로 채우고 1년 정도 남은 기기값을 마저 내야 하던 시점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 그리고 그에 의한 액정 파손으로 나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비록 고장으로 떠나보냈지만, G PRO 2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화웨이의 P9 lite. 한국에는 KT를 통해 '비와이 폰'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핸드폰이고,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보급형 모델이다. 이 핸드폰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 맨 위에 링크한 15일 리뷰에서도 썼지만, 그 15일 이후 오랫동안 쓰면서 느낀 소감을 말하자면, 어느 순간에 보급형과 마이너 폰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고 하겠다. 이전에도 말한 5 Ghz 와이파이 미지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액세서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KT 측에서 투명 케이스를 제공하고 미리 보호필름을 씌워주긴 했지만, 나는 원래 액정의 밝기가 조금 둔화되더라도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지문도 묻지 않는, 조금 꺼끌꺼끌한 느낌의 필름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필름을 구할 길이 없어서 그냥 기본 필름과 케이스에 만족하는 형편이다. 특히 서운한 것은 분명 자사에서 기획 출시한 폰임에도 가끔씩 방문하는 매장 직원이 이 폰을 못 알아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5일 리뷰 글에서 올리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나는 비와이 폰을 구매하면서 "이 핸드폰은 다음에 아이폰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라고 생각했던 사실이다. 내가 그동안 써온 스마트폰들은 그 회사들의 핸드폰 역사에 명 기기로 손꼽혀 왔다고 알고 있다. 특히 LG G PRO 2는 'LG의 실수'라는 평이 존재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던 기기였기에 만족감이 특히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 기기 모두 안드로이드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OS 업그레이드 사후지원의 미비함은 피할 수 없었고, 특히 LG는 이런 사후지원에서 실패를 반복해왔다. 내가 비와이 폰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당시에 삼성은 갤럭시 노트 7 폭발로 대중의 신뢰를 잃었고, LG도 사후지원 미비로 나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소거법으로 남은 비와이 폰을 고른 것이다. 


그에 반해 아이폰은 애플 측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꾸준히 OS 업그레이드 지원을 해주고 있고, 가성비 문제도 구형 프리미엄 폰을 구매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단통법이 일몰 하여 보조지원금 상한 고삐가 풀리는 10월 이후에는 충분히 노려볼만한 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동생이 아이폰으로 바꿔서 잘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아이폰에 대한 생각이 커져가다 보니 맥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고 있다. 애플의 기기는 같이 모아서 사용할수록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고들 하니까. 하여튼 나의 안드로이드 폰 생활은 아마 비와이 폰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다음에 내가 폰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면 아마 아이폰 입문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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