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매를 맞이하며.
2017년 9월 20일, 닌텐도 스위치의 한국 지역 발매가 발표되었다. 발매일은 2017년 12월 1일. 한국의 많은 게임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바로 그 발표였다. 하지만, 그 발표는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닌텐도 스위치가 한국에 발매되면서 드러난 한국닌텐도의 현실, 그리고 무언가 서두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서비스 준비의 미비, 그리고 몇몇 게이머들이 기대한 작품의 한국어 로컬라이징 불발 등이 겹쳐 불안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닌텐도의 현실부터 살펴보자. 닌텐도 스위치의 발매를 맞아 여러 게임 웹진들은 앞다투어 한국닌텐도 측과 접촉하여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 시도하였다. 하지만, 한국닌텐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신들은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 차후에 알려주겠다.
이윽고 닌텐도 스위치 게임의 출시를 위해 접촉한 유통사들에 의해 한국닌텐도는 연락사무소 수준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닌텐도는 2016년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직원의 약 70%가량을 해고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규모와 권한이 축소되어 지금의 연락사무소 정도의 기능만을 하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사실 같은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한국닌텐도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 조금은 미안하게 느껴진다. 이미 그들에게는 불만을 들어주고 해결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간신히 출시가 확정된 닌텐도 스위치이지만, 출시 직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기기 언어 설정에 한국어가 없고, 닌텐도의 앱스토어인 E-Shop도 열리지 않는다. 닌텐도 계정 서비스를 이용한 멀티플레이도 지원하지 않는다. 기기의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발매 직후부터 즐길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셧다운제 같은 여러 규제 때문에 신규 온라인 서비스를 들여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9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발매까지 이러한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 구입을 유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처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 로컬라이징이 불발된 게임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스플래툰 2」가 있다.「스플래툰 2」는 2015년 Wii U로 발매되어 엄청난 인기를 끈 3인칭 슈팅 게임인「스플래툰」의 후속작이다.「스플래툰」은 4:4로 나뉘어 자신의 팀 색의 잉크를 맵에 가장 많이 칠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심플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 구성, 발매 후에도 지속된 피드백과 정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2015년 슈팅 게임의 정점에 섰다.「스플래툰 2」는 그런 전작의 장점을 최대한 계승하고 발전시켜서「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 이은 닌텐도 스위치의 킬러 타이틀로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스플래툰 2」의 한국어 로컬라이징은 결국 불발되었다. 이것은 Wii U의 한국 정식 발매가 결국 실패한 여파라고도 할 수 있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렇게 불안감을 자아내는 요소가 곳곳에 있는 닌텐도 스위치의 한국 정식 발매이지만, 희망적인 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스위치 자체에는 지역 코드가 없다. 이것은 지역 코드 정책에 의해 시장 우선순위에서 밀려 로컬라이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적었던 Wii나 닌텐도 3DS의 사례를 보면 아주 큰 이득이다. 닌텐도 자사 타이틀이 로컬라이징 없이 출시하는 것으로 보아 닌텐도 3DS 시절 원칙이었던 '한국어로 로컬라이징 된 타이틀만 패키지 판매를 허용한다.'는 원칙이 폐기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것은 유통사들의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동안 한국닌텐도의 한국어화 패키지 원칙이 역으로 유통사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원칙 폐기는 유통사 측에서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출시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일단 출시를 '강행'했다는 것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닌텐도 스위치의 한국 출시는 내년에야 이루어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성장과 스위치 자체의 수요를 높이 평가한 닌텐도 측이 전략을 바꾸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 출시 시기를 상당히 당긴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인 공급 부족으로 1차 출시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그동안 한국 시장에 보인 닌텐도의 태도를 감안한다면,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환영할만하다.
그리고 닌텐도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희망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큰 이유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 하나가 기기 판매에 많은 공헌을 한다는 것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흥행으로 증명되었다. 거기에 더해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별의 커비」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게임의 신작들이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특히 포켓몬스터 메인 시리즈가 닌텐도 스위치로 개발 중인 것을 생각한다면.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한국의 닌텐도 IP 타이틀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포켓몬 특수'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불안요소 속에서도 희망이 없지는 않은 닌텐도 스위치. 전 세계적인 흥행이 한국으로 이어질지는 2017년 12월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