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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Sep 25. 2017

그때 그 포켓몬스터를 다시 하다

버추얼 콘솔 「포켓몬스터 금·은」


「포켓몬스터 금·은」이 지난 9월 22일에 재출시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게임보이나 패미컴 같은, 닌텐도의 과거의 하드웨어에서 발매한 게임을 3DS나 Wii 같은 최신 하드웨어에 호환되도록 서비스하는 '버추얼 콘솔' 타이틀의 하나로서「포켓몬스터 금·은」이 닌텐도 3DS E-Shop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2002년에 발매된 한글판 소프트웨어도 포함되었다. 이 소식은 지난 6월 6일 닌텐도의 '포켓몬 다이렉트'에서 깜짝 공개된 사항이었지만, 당시에는 한글판의 발매 소식까지 같이 들을 수 없었다. 한글판 「금·은」의 발매 소식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3개월의 기다림 끝에「금·은」은 다시 내 곁에 돌아왔고, 나는 지금 은 버전을 선택하여 재밌게 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 중에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껏 옛날 게임 다시 나오는 거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그게 그렇지가 않다.「포켓몬스터 금·은」은 한국어로 정식 발매된 최초의 포켓몬스터 게임 타이틀이다.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각인된 첫 포켓몬 게임이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골드 버전'이나 '실버 버전'을 찾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그 증거이다. 걔 중에는 정식으로 게임 카트리지를 구입해서 게임보이로 게임을 한 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어둠의 루트'로 즐긴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나도 그중 하나다. 그럼 그냥 인터넷에서 구해서 하면 되지 왜 돈을 들여가면서 '사는 행위'를 했는가? 버추얼 콘솔로만 즐길 수 있는 메리트와 느낌(특히 손맛), 그리고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금·은」의 버추얼 콘솔 버전에서 잡아 키운 포켓몬을 최신 포켓몬 타이틀인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으로 보내줄 수 있다. 본래 이 기능은 2016년, 「포켓몬스터 적·녹·청·피카츄」의 버추얼 콘솔 버전이 출시되었을 때부터 해당 게임에서「포켓몬스터 썬·문」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을 갖추었는데, 한국은「적·녹·청·피카츄」가 정식으로 발매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능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을 이번「금·은」의 출시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식 대응은 2017년 겨울로 예정되어있다고 한다.

  

포켓몬을 전송하는 앱 「포켓몬 뱅크」와 「포켓무버」


게임기 특유의 '손맛'도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의 화살표 키로 컨트롤하는 것과 게임기의 패드로 누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리고 나의 경우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했을 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속도가 기본적으로 3~4배 빠르게 설정되어있었다. 그래서 컨트롤에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이번에 은 버전을 하면서 처음으로 원래의 속도로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그 '원래의 속도'가 생각보다 크게 느리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느낀 가장 큰 것은 '단순함'이다.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이 시대를 거칠수록 포켓몬의 성격이나 특성 같은 요소들이 도입되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크게 늘어갔고, 게임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계산적이 되어있었다. 같은 포켓몬을 여러 마리 잡아 포켓몬의 상태창을 확인하고는 한 마리만 데려가고 다른 여러 마리를 박스에 고이 넣어둘 정도로. 하지만, 많은 요소들이 도입되기 전의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 '계산'이 크게 줄었다.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게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포켓몬을 '고르지는' 않는다. 이 단순함이 정말 편하다.


아직 은 버전을 하는 도중이지만, 돌아온 옛날의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게임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전 회상기를 남긴 '포켓몬스터 하트골드'를 다시 해보면서 원작과 리메이크 판의 차이를 1:1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의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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