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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Oct 31. 2017

이제는 없는 방송사. MBC GAME

언론장악 세력들의 숨겨진 만행

MBC에 이명박의 낙하산인 김재철이 사장으로 앉은 날부터 시작된 MBC의 정상화를 위한 싸움은 이제 최종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세력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MBC에 벌인 일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긴 하지만, 그들이 벌인 가장 큰 잘못을 꼽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꼽을 것인가? 부당해고? 한직으로의 전보·대기발령? 진행자의 강제하차? 나는 조금 다른 답을 내놓고 싶다. 바로 MBC GAME 채널을 폐국시킨 것이다. 


MBC GAME은 온게임넷과 함께 2000년대 초반 게임 관련 케이블 채널을 양분하고 있었고, 자체적으로 프로게이머 구단과 스타크래프트 게임 리그인 MSL을 개최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방송사였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시간 경과에 따른 일종의 '노후화', 프로게이머들의 승부조작 사건이나 중계권 분쟁,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 저하, 그리고 게임에 대한 사회풍조가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 등 여러 가지 이유로 E-스포츠 시장 전체의 파이가 작아졌고, K-POP 한류가 떠오르면서 MBC GAME 채널이 폐국되어 음악채널로 전환되었다...... 고 당시에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이후, 구 MBC GAME 종사자들이 폐국 당시의 정황을 상세히 밝혔다. 당시 MBC GAME 채널은 MBC 플러스 미디어 산하 채널 중 재정이 건전한 축에 속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을 중심으로 언론장악 세력은 MBC GAME에 가해지는 지원을 줄였고, 그 결과 제대로 된 이벤트 장소를 구하지 못하여 게임 대회 결승전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이 이후에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전체적인 방송의 수준은 날로 저하되었고, 음악채널 개국과 그것을 위해 '방을 뺄' 채널로 MBC GAME을 정한 윗선은 제작진에게 이벤트를 개최하지 말라는 외압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예선을 끝내고 본선을 준비 중이던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취소되었고, 대회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었던 MBC GAME은 당연히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보고 상층부는 "게임채널은 적자가 나고 있고, '나는 가수다'나 '슈퍼스타 K'같은 음악 경쟁 프로가 흥행하고 있으니 우리는 음악채널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MBC GAME 폐국을 강행하였다고 한다. 


사실 MBC 플러스 미디어 산하에는 MBC GAME보다 더 재정이 나쁜 채널도 있었고, MBC GAME 제작진들도 다른 채널이 방을 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E-스포츠로서의 스타크래프트가 황혼기를 맞이하였다고 하나 MBC GAME 자체적으로 다른 종목의 리그를 개최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당시 새로이 떠오르고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중계권을 얻으려는 시도를 한 것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MBC 상층부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편승하여(이것은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들의 지원사격이 있기도 했다.) 본사의 언론기능을 움직여 각종 청소년 강력사건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고 가거나, 지금도 회자되는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의 전원을 끄는' 무리한 보도 등으로 게임이라는 문화에 대해 탄압을 가한 것이 MBC GAME 채널 폐국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일련의 행위에 의해 일종의 '자신감'을 얻은 MBC 상층부의 언론장악 세력들은 그 마수를 MBC 본사에까지 뻗쳤다. 그 이후는 알려진 그대로이다. MBC 내에서 제작의 자유가 사라져 갔고, 상층부의 일방통행에 반발한 많은 이들이 파업을 하면서까지 MBC를 옛날의 그 모습으로 돌리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MBC가 낳은 인재들은 해고, 또는 퇴사로 정든 방송사를 떠났다. 그리고 MBC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시민들의 욕설과 비난을 한 몸에 받고, 뉴스에서 '촛불'보다 '태극기'를 더 비중 있게 보도하는 극우 언론으로 변하였다.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덤이다.


MBC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자식과도 같은 방송을 못 내보내는 것을 각오하고 언론장악 세력들과 싸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화방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영방송사에서 게임이라는 '문화'를 탄압하고 관련 채널을 축출했으며, 언론 기능을 잘못 사용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킨 광경과, 그것 때문에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MBC를 떠난 것을 바로 옆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MBC 구성원들이 오랜 싸움을 끝내고, 진정한'문화방송'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언론장악 세력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그들에게 합당한 벌이 가해졌을 때,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MBC GAME에 덧씌워진 누명이 벗겨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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