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Oct 24. 2017

그 가을로부터 벌써 1년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부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딱 1년 전 오늘, 그날 밤 보도된 최순실 태블릿 PC 파일, 그 파일이 불러온 전국적 촛불의 물결, 박근혜의 몰락,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개막까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촛불의 힘은 정말 굉장했다. 사람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뜨거운 가슴과 폭력을 택하거나 용서하지 않는 차가운 머리, 그리고 손에 촛불과 헌법을 쥐고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해 싸웠다. 4·19와 5·18, 6월 항쟁을 잇는,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네 번째 페이지였다.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박근혜를 지키려는 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뭉쳤다. 그들의 결집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탄핵의 갈림길 속에서 얕은 계산 때문에 머뭇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머뭇거림이 원래 예정되었던 표결일을 1주일 미루게 하였다. 그럼에도 , 2016년 12월 9일의 박근혜 탄핵안 가결, 2017년 3월 10일의 박근혜 파면을 이끌어내었다. 놀라운 5개월이었다. 


박근혜가 파면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이것 또한 많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보수 표심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안철수는 한때 문재인을 위협할 정도의 지지세를 갖춘 인물이었지만, 말 그대로 '자멸'했다. 자기 자신을 흠집 내는 말을 자기 입으로 뱉은 시점에서 안철수는 이길 수 없었다. 그러자 잠시 안철수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이들은 홍준표에게로 갔다. 박근혜를 지키고 싶었던 이들은 홍준표로 이른바 '심리적 단일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정농단의 가장 큰 책임을 지닌 정당의 재집권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와중 유승민과 심상정은 작은 결실 정도는 맺을 수 있었다. 유승민은 당이 쪼개지는 사태 속에서도 결국 대선을 완주했고, 심상정은 (내가 이 브런치에서 후보의 선거전략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진보의 영역이 과거보다 더 커졌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5월 10일에 제 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지난 1년을 회상해보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입힌 상처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나도 사람들도 힘든 건 그대로다. 새로운 분쟁의 영역도 생겨났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길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년 전보다는 좋다고.


2018년 10월 24일에도 위의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폰 방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