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Nov 16. 2017

이 글은 제 브런치 100번째 글입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2016년 4월,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여기에 글을 100개까지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계기가 사소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도, 구할 의지도 없는 나를 걱정해서 아버지가 겨우 잡아준 면접 자리에서 내가 속된 말로 '깽판'을 쳐버렸다. 아버지는 나를 많이 혼내셨고, 나는 며칠 동안 아버지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극단에 몰렸었다. 하릴 없이 사주를 보기도 했고, 이렇게 된 거 아예 서울로 가서 바닥부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 서울 소재의 한 무역회사에 이력서를 낼 기회가 생겼었고, 제출을 했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나는 불합격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대략 한 달 정도 후, 해당 회사 측에서 면접 제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알고 보니 그 회사에서는 내가 이력서를 제출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언가 내부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회사의 일처리가 너무도 황당했고 화가 나서 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다. 나의 브런치는 면접과 이력서 제출에 관한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한 기록, 반성, 그리고 소소한 인생 깨달음부터 시작하였다. 누가 읽고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한 건 아니었지만, 글을 쓰고 보니 불편했던 마음이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의 힘을 체감한 나는 브런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다음으로 도전한 소재는 나의 사소한 게임 추억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6학년 말부터 중학교 시절 동안 나는 '당시에는 최신이지만, 지금은 고전이 된' 게임을 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낡은 CD 케이스에 내 중학교 시절 추억의 게임은 아직 잠들어있었고, 나는 그 케이스 안에서 게임 CD와 함께 추억을 꺼내어 글로 남겼다. 그리고 그 추억을 요 몇 년 새 나의 새로운 취향이 된 닌텐도 게임과 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닌텐도와 게임에 대한 칼럼 쓰기에 도전하였다. 이것도 지금 내가 부정기적으로 올리는 닌텐도 관련 칼럼으로 이어졌고,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나름 행복했던 기억부터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더 하고 싶어 졌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다 보니 내가 취업에 도전하던 시절에 썼던 자소서는 한없이 비루한 것이 되어있었다. 당시의 자소서에 나의 진실은 없었다. 많은 부분이 거짓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이해하게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쓰지 못했었다. 그 가장 큰 예가 나의 4급 판정 사유를 '사고'라고 둘러댄 부분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억지로 납득시켜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항상 진실한 나를 말해주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런 목마름을 풀기 위해 나는 새 매거진 '진짜 제대로 써보는 자기소개서'를 만들었다. 기업에 채용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순전히 나와 나의 인생을 알리기 위한 자기소개서였다. 그 매거진 안에서, 나는 내가 치부로 여기던 사실까지 모두 드러내는 글을 쓸 수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 판정을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1년 동안 정기적으로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았고, 그 기록을 제출하여 공익근무요원을 하게 된 것을 말하기도 했다. 운전면허, 보험설계사 등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실패를 한 이야기도 했다. 보통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는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성공과 성취의 경험만을 말하라고 할 것이고, 취업준비생들은 그것에 맞추기 위해 실패나 치부 등을 감추도록 자기검열을 하고 있으니까. 이 '진짜 제대로 써보는 자기소개서'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도전했지만, 실패의 기억을 하나 더 얻었다. 하지만, 다른 실패의 기억들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실패할 각오를 했고, 또, 실패했음에도 내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그리고 일종의 '고해성사'에 해당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더욱 명확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글쓰기가 내게 준 두 번째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진짜 제대로 써보는 자기소개서'와 병행하여 닌텐도 게임에 대한 칼럼도 브런치에 썼다. 2017년은 닌텐도가 화려하게 부활한 한 해였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었고, 야심 차게 개발한 신형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는 세계 각국에서 매진사례를 기록하면서 닌텐도의 영광을 재현하였다. 그런 닌텐도의 상황에 대한 글도 썼고, 내가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글들도 여기서 나왔다. 내 브런치는 '변방'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조회수가 그나마 잘 나온 글은 가족여행 이야기, 그리고 닌텐도 이야기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글을 써보면서 브런치에서 글쓰기 훈련을 해왔다. 스마트폰의 리뷰 글도 써봤고, 특수 촬영 드라마 이야기도 해봤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글이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나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미취업 상태에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겁내고 있고, 축구장 아르바이트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계속 글을 쓰면서 나는 정신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정신적인 만족과 안정감이야말로 그동안 내가 가장 갈구해오던 그것이다. 사실 나는 돈 욕심은 크게 없는 편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면접 자리에서 연봉을 묻는 질문에 "1200만 원만 주세요." 할 리가 없다. 나는 과거의 삶의 험난함 때문에 돈 보다도 정신적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확실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마음을 비우다 보면 정신적 안정이 오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나와 잘 맞은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조금 더 듣고, 나의 말로 만들어내는 힘도 약간 생겼다. 가끔씩 아버님의 친구분들을 만나는 일이 있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 좋지 않으냐?"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나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고, 행복한 생활이란 자아실현과 더불어 그것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연습 같은 실전이며 실전 같은 연습을 하다 보니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쌓여갔다. 하지만, 긍정과는 또 다른 면에서 나는 나 자신의 미숙함을 깨닫게 되었다. 글을 완성하고, 맞춤법 검사 버튼을 누르면서 내가 썼던 글을 찬찬히 다시 훑어보면, 분명 최선을 다해서 쓴 글임에도 무언가 아쉬움이 생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빠진 것 같거나, 과도한 자기검열로 해야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거나, 세밀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분명히 받았다. 나의 미숙함에 대한 깨달음은 곧 향상심으로 바뀌었다. 더 잘 하고 싶다! 더 잘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답은 금방 나왔다. 머리로만 글을 쓰면 안 된다. 몸으로 경험하면서 그것을 녹여내야 한다. 자료는 정확해야 하고, 단순히 숫자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나의 미숙함과, 그것을 개선할 총론은 나와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실행할 각론은 어떠한가? 일단, 내가 돈 욕심이 없다고 해도 경제적 능력은 갖춰야 한다. 즉,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일에만 매몰되다 보면 글의 힘을 단련할 시간을 잃고 말 것이다. 너무 격한 소모는 나의 감정 제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속의 내가 기존의 회사나 공무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같은 제3섹터는 어떨까? 즉, 나는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글 100개를 쓰는 데 성공했고, 몇몇 글이 포털 사이트나 웹진에 걸리기도 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글을 통한 나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00번째 글 스포일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