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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21. 2017

담배와 비트코인

몇 시간 동안의 의식의 변화

아버지와 비트코인 문제로 약간 언쟁이 있었다. 나는 '제어가 안 되는 불안정한 가치'인 비트코인에 절대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고, 아버지는 '50만 원 정도만 용돈벌이로 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하셨다.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그었다. 아버지는 모임을 나가셨고, 나는 혼자서 작게 끓어오른 분을 삭였다. 


그러던 중, 문득 내가 '담배의 충동'을 참아냈을 때를 기억해냈다. 그 '충동'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대학교 2학년, 평소처럼 휴식 후 수업에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나는 무언가 가슴이 쿵하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 속이 순식간에 담배로 가득 찼다.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길가의 담배 피우는 사람들, TV 드라마 속의 흡연 장면이 모두 신경 쓰였다. 나는 어찌할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담배가 자꾸 신경 쓰인다고.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저히 신경 쓰이면 한번 피워봐도 좋다고. 피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끊어버리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충동에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것을 택했다. 아마 나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담배는 한 번도 피우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한 번만 피울 수는 없다고. 그리고 담배를 핀 이후, 피기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말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거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충동은 점차 사그라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내가 지금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헬스장에 가서 빠짐없이 운동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때 흡연 충동을 참은 것도 컸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비트코인도 그렇다. 비트코인은 그때의 담배와 같다. 한 번도 안 할 수는 없지만, 한 번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멀리 가버리면 되돌리는 것도 아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유혹을 참아낼 수 있다면,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다면, 시간은 더욱 걸리겠지만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그리고, 나의 설득 태도도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남에게 주워들은 말, 다른 사이트에서 본 글로만 아버지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니 아버지와 나 사이에 평행선이 그어진 것이다. 가장 적절한 말은 내 마음속에 있는데도 나는 외부의 정보에만 의지했다. 아마 아버지와 나 사이의 이야기가 아닌, 향후 취업이나 다른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도 그럴 것이다. 설득은 자신의 말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무언가를 해야 하거나 하게 할, 혹은 하지 말아야 하거나 말려야 할 최고의 이유는 항상 내가 살아온 인생과 내 마음속에 있다. 단 몇 시간의 대화지만, 참 많은 것을 다시금 되새겼다.  


이상, 2017년 12월 21일 저녁 6시경부터 5시간 동안의 의식의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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