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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26. 2017

포켓몬스터 게임에 옐로카드

흥행 속에서 불거진 위기에 관하여

제목부터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켓몬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상품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포켓몬스터, 특히 '본가', 혹은 'Core RPG'라 불리는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은 닌텐도의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였다. 지금도 그것은 변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과, 그 주 개발사인 게임 프리크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은 수년 전부터 누적되어 있었다. 그것이「포켓몬스터 울트라 썬·울트라 문」 발매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불만은 닌텐도 3DS 첫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인「포켓몬스터 X·Y」(줄여서 X·Y)부터 시작한다.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 사상 최초로 풀 3D 그래픽을 채용한「X·Y」는 공개 당시만 해도 기존의 포켓몬을 넘어서는 그래픽 비주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발매 후,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히 게임을 평가해본 결과, 닌텐도 3DS의 3D 입체영상 기능을 작동시켰을 때 배틀 화면에서 포켓몬들이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문제(줄여서 '프레임 드롭'이라고 한다.)가 제기되었고,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시리즈에 비해 퇴보한 스토리, 코어 유저들을 위한 엔딩 후 콘텐츠의 부족 등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X·Y」가 3DS로의 첫 포켓몬스터 게임이라는 것과 포켓몬 육성 시스템의 개선, 포켓몬과의 교감 기능인 '포켓 파를레'와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장면이 큰 호평을 받아서 이런 불만들은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었다. 


2014년, 「포켓몬스터 오메가 루비·알파 사파이어」가 출시되었다. 2002년에 발매된「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의 리메이크는, 2009년 이후 포켓몬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가 오간 이야기이며, 그만큼 기대치도 컸다. 하지만, 이 작품도「X·Y」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었다. 스토리적인 면에 있어서는 엔딩 후 일종의 2회 차 스토리 개념으로 추가된 '에피소드 델타'에 등장하는 캐릭터 '피아나'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그리고 팬들이 가장 원한 콘텐츠였던 '배틀 프런티어'가 추가되지 못한 것도 큰 실망 중 하나였다. '배틀 프런티어'란,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의 확장판 겸 제3의 버전이라 할 수 있는「포켓몬스터 에메랄드」에 등장한, 코어 유저들이 다양한 상황과 조건 하에서 포켓몬 배틀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종합시설을 말한다. 리메이크를 맞아 팬들이 가장 추가되기를 원한 콘텐츠였지만, 정작 나온 것은 「X·Y」의 배틀 콘텐츠의 복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픽적인 면에 있어서도 '프레임 드롭'이 여전한 모습을 보였고, 동 시기 일본에 발매된 상태였던 다른 3DS 게임들과 비교되기까지 했다. 


포켓몬 게임 20주년이 되는 2016년에 나온「포켓몬스터 썬·문」에서는 3D 입체영상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그래픽의 최적화를 다시 시도하였고, 스토리도 매너리즘을 깨는 시도로서 '시련'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나도 이런 시도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스토리에서는 극 초반부터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 '릴리에'에게 과도한 비중이 실린 나머지 주인공이 주변인 역할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주고 만 것이다. 비유하자면, '곤충채집 여행을 떠났는데 어느 사이엔가 남의 집안의 막장 드라마를 보게 된' 느낌이다. 전작들에 비해서 포켓몬 육성도 퇴보하였다. 이런 여러 가지 단점들은 2017년 발매한「포켓몬스터 울트라 썬·울트라 문」에서 개선되었지만, 전작들보다 더욱 크게 퇴보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과장광고성 발언들을 한 것도 겹쳐서 3DS 이래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에 쌓여온 불만이 포켓몬스터 게임의 주 제작사인 게임 프리크를 상대로 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포켓몬스터 오메가 루비·알파 사파이어」부터 제작을 지휘한 '오오모리 시게루'라는 인물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팬들의 신뢰를 잃어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인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과 그 제작사인 게임 프리크에게 있어서 닌텐도 스위치로 개발을 발표한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이다. 사실 「포켓몬스터 울트라 썬·울트라 문」은 회사 내에서도 신인급 인력과 외주 개발진이 제작한 작품이고, 핵심 인력들을 모두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개발에 투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이미 닌텐도 스위치로「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같은 최고의 게임들을 개발해내었고, 이러한 명작들의 힘으로 닌텐도 스위치의 성장세를 크게 견인한 닌텐도는 포켓몬스터가 이 흐름의 화룡점정을 찍어서 닌텐도 스위치의 흥행세를 더욱 굳건히 해주어야 할 의무와 3DS로 작품을 계속 내오면서 누적된 팬들의 실망에 대해 답을 내려주어야 하는 의무, 이렇게 두 가지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닌텐도 스위치로 만들어내는 포켓몬스터 게임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 전체의 운명이 크게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연 팬들이 꺼낸 옐로카드에 포켓몬스터 메인 게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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