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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pr 05. 2018

무도가 떠나가네(2)

무도, 나는 이런 특집이 보고 싶었다

2018년 3월 31일을 기하여 무한도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인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쉬움과 공허함은 어쩔 수 없군요. 그리하여 무한도전의 추억을 정리하는 글을 남깁니다.


「무한도전」 13년 역사 동안 정말 많은 특집이 있었다. 매주가 특집인 방송은 「무도」가 최초였다. 「무도」이전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 특집 딱지가 붙은 방송은 해외촬영이나 거물급 인사를 섭외하는 데에 성공했을 때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정작 내용은 여느 촬영과 다를바가 없지만.(해외에 나갔을 경우에는 번지점프 같은 것을 하거나 현지 풍경을 보고 와와하거나 현지 민속문화 등을 배우거나 한다. 거물급 스포츠 스타를 초청했을 경우에는 스타에게 스포츠 비법을 배운다.) 「무도」의 경우는 달랐다. 매주매주 다른 특집, 다른 내용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다보니 나는 한번쯤 "이런 특집 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사실 「무도」 내에서 시청자 아이디어로 특집을 만드는 구성은 한 번 시도되었긴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참가요건(학생 신분이어야 했다.)를 충족하지 못하여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 「무도」가 우리 곁을 떠나며 나의 상상은 상상으로 남을 테지만, 그래도 한번 공개해보고자 한다. 


이름하여 '무도. 나는 이런 특집을 보고 싶었다.'

무림고수 특집

강호무림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다는 콘셉트로 무도식 콩트와 몸개그를 보여주는 특집이다. 나는 콩트 분야로는 '춘향뎐 특집'을 최고로 친다. 정준하가 맹활약하고 길이 이하늘이 자기가 출연하는 「천하무적 야구단」 첫 방송을 안보고 무도 보면서 '길이 너무 싫어요'라는 악성 글을 올린 것을 폭로한 방송이다. 그 이후 어느 순간 무도에서 콩트가 줄어든 것 같고 안타까워서 상상해본 특집이다. 무공의 최고수를 가린다는 콘셉트로 여러가지 몸개그를 유발하는 게임도 가능하고, 경공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 하에 약간의 추격전도 가능하며, '미녀고수' 콘셉트로 여자 게스트도 부를 수 있다. 특히 「런닝맨」으로 유재석, 하하와 케미가 좋은 송지효를 부른다면 더 좋다.


무한도전 애니송 페스티벌

그 옛날,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토토가의 번외편 격 무대로, 추억의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테마송을 원곡 그대로, 혹은 새로이 리메이크하여 부르는 특집이다. 사실 추억의 애니메이션&게임 주제가 가운데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유명한 가수들이 부른 노래가 의외로 많다. 유명한 예로 이수영 씨가 「파이널 판타지 10」의 주제가 '얼마나 좋을까'를 부른 것, 또, 「황금로봇 골드런」(원제 황금용자 골드런)의 주제가는 사실 소찬휘 씨가 불렀다는 것 등이 있다. 생각해보니 이것은 무도에서도 하면 좋지만, 동시간대 방송중인 「불후의 명곡」에서도 한번쯤 시도해봤으면 좋은 아이템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KBS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아이템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무한상사 완결편 -러다이트-

무한도전의 인기 콩트로, 뮤지컬 제작, 그리고 장항준 감독&김은희 작가와의 협업도 해낸 무한상사의 완결편 격 내용. 내가 구상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AI와 로봇이 대두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었다. AI와 로봇은 일선 직장에서 인간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유 부장을 시작으로 한 무한상사의 회사원들은 대량실직의 파도에 휘말려 해고된다. 다행히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세상이어서 실직한 유 부장들이 당장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지만, 한순간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나가게 된 무한상사의 회사원들은 돈보다도 깊은 상실감에 빠져 지내게된다. 유 부장은 이전 회사를 그만둔 정형돈 대리, 자신의 회사생활 스승이었고, 현재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문기 씨 등 여러 사람을 찾아다니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유 부장은 무한상사의 동료들을 다시 모아 새로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그 방송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무한상사가 탄생했지만, 이 완결편 내에서는 무한상사에서 무한도전이 탄생한다는 생각 하에 스토리를 짰다. 부제인 '러다이트'는 산업혁명 시대에 벌어진 기계파괴 운동에서 따왔는데, 전 무한상사 회사원들이 기계와의 '무모한' 대결에 나서면서 자신과 인간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는 생각을 담아 지었다. 이 부분은 내가 아예 소설로 연재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 외에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무도」에서 해줬으면 했던 특집 아이디어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무도」는 자유로우니까.


이 글은 2018년 3월 28일, 제가 스팀잇에 업로드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teemit.com/busy/@cyranodcd/lttb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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