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0의 존재, 그리고 진화
2018년 3월 31일을 기하여 무한도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인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쉬움과 공허함은 어쩔 수 없군요. 그리하여 무한도전의 추억을 정리하는 글을 남깁니다.
「무한도전」의 시즌1을 「무모한 도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공식적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무도」 시즌 0이라고 부를만한 방송이 두 번이나 있었다는 것은 알려져있지 않다. SBS에서 런칭한 「유재석과 감개무량」, KBS의 「천하제일외인구단」 이다. 「무도」의 기본 콘셉트인 '평균 이하 남자들의 도전'은 사실 이때부터 잡혀있었고, MBC에서 「무모한 도전」의 기획을 시작할 때도 이 두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시작한 것들이다. 그렇게 시작된 「무모한 도전」은 「무리한 도전」을 거쳐 현재의 「무한도전」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무도」는 유재석 표 예능의 궁극적인 완성형인 동시에 진화의 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데는 출연진의 캐릭터를 정립함과 동시에 그들간의 케미스트리를 강화하고, 과장을 빼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컸다.
이 진화는 KBS의 「1박2일」에서도 재현되었다. 「1박2일」에도 「준비됐어요」라는, 일종의 시즌 0격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강호동을 메인으로 한 출연진들이 한자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 예능이었다. 하지만, 이 포맷이 잘 먹히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는지, 「무도」식 리얼 버라이어티와 여행 콘셉트를 도입하게 되고, 「1박2일」로 나아가게 된다. 「준비됐어요」 출연진들이 「1박2일」에서도 주축을 맡았다.
다만, SBS에는 시즌 0에서 포맷 변경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화를 이룬 사례를 현재까지는 보지 못했다. 앞의 두 경우는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두 거성 예능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진화를 위한 시간이 부여된 경우였는데, SBS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 글은 2018년 3월 29일, 제가 스팀잇에 업로드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teemit.com/busy/@cyranodcd/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