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성과는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주 5일 근무제가 2004년 처음 시작되었으니 정확히 14년만에 벌어지는 큰 변화이다. 그동안 주 5일 근무제는 유명무실한 면이 많았다. 주 5일제와 관계없이 밤샘 야근이나 토요일 출근을 시키는 회사는 상당히 많았다.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한 것보나 낮았던 것이다. 이번에 정부는 근무요일이 아닌, 근무시간에 대해 접근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사람들 각자에게 돌려주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근로시간이 줄면 내 월급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당장 주변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으면 예전보다 버는 돈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들이는 시간과 일의 효율(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버는 돈의 양)이 정비례할 것이라는 생각은 낡은 고정관념이다.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다. 연속해서 오랫동안 버텨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마라토너도 전 42.195km를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전력질주로 계속 뛰지는 못한다. 천천히 가야할 때 천천히 가고, 전력을 다해야 할 때 전력을 다하는 식으로 달려야만 완주할 수 있다. 일이나 공부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목표 달성도 어려울 뿐더러,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들이는 시간과 일의 효율이 정비례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들이는 시간이 많으면 더 많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착각하고 밤을 새워가면서 야근을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다가 자신의 몸을 망쳐 정작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창의성을 기르는 면에서도 불리하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자신이 느낀 모든 것을 자신의 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태어난다. 똑같은 곳에서 비슷비슷한 일만 계속하고 있어서는 좋은 발상을 하기 어렵다. 선진국 등지에서 주 3~4일 근무를 시험하는 것은 단순히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인간의 창의성이 피어날 수 있도록 경험의 시간을 주고,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모아 더 높은 일의 효율과 더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무작정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이나 공부를 해서는 더 이상 많은 돈을 벌 수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다. 시대는 변하였고, 들이는 시간과 일의 효율은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는다. 일도 공부도 잘하려면 적당히 쉴 시간도 주고, 적당히 딴생각을 할 시간도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 무너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직장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