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왕 비룡 44화, 원작 신중화일미 11권 130 페이지
이 매거진은 여러분들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봐온 모든 영상물(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중 당신의 기억에 특히 강하게 남은 명대사를 밝히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만이 간직하고 있는 명대사를 이 매거진에 실어주세요.
이 대사는 어린 시절 본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내가 미미(美味. 맛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장엄한 연출과 함께 화면에서 마구 날아다니는 한자어이다.)보다 더욱 기억하고 있는 대사이다.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면, 요리 대결이 비룡의 승리로 끝나자 상대인 장풍은 심사위원들에게 판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심사위원 5명이 각자 자신이 표를 던진 쪽을 말하였다. 네 사람이 이야기한 상황에서 2:2였고, 마지막 심사위원장인 장 대인은 두 사람의 요리의 완성도는 비슷비슷했다고 한 다음, 자신만의 또 다른 심사 기준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독창성과 보편성이다.
장 대인은 비룡의 요리 과정에서 독창성을, 그리고 완성된 요리의 맛에서 보편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리고 장풍의 요리는 독창성이 없으며, 그 이유를 이야기한다.
충격적이게도 그 이유는 자신이 장풍이 지금 만든 요리를 7년 전 먹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 요리를 처음 만든 사람은 장풍의 옛 스승이며 비룡의 어머니인 미령이었다는 사실도 말하였다.
장풍 본인은 자신은 요리를 표절(?)하지 않았다고 하고, 그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전개가 좀 억지 같긴 하다. 하지만, 이 말은 장풍에게 결정적인 좌절을 안긴다. 스승을 부정하고 벗어나려 발버둥치다가 자신의 최고 걸작으로 만든 요리가 배우지 않은 스승의 요리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가 좀 샜다. 장 대인은 요리대결의 무대인 상하이의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지금(만화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로, 청나라가 개항을 하는 시기로 설정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지는 않지만, 원작 만화에는 프랑스인도 등장한다.)의 상하이에는 어제까지의 격식과 전통은 필요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독창성과 그것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성이라고 강조하고, 그것을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하여 비룡에게 승리 판정을 했음을 힘주어 말하였다.
이 독창성과 보편성이라는 것은 지금도 여러 가지 분야의 평가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그 자체로 범용성이 높은 단어들이다. 작품의 표현이나 서사 과정이 새롭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작품은 독창성과 보편성을 양립한 좋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14일에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독창적인 캐릭터와 세계를 보여주었고, 그것을 이용해 한국 드라마의 보편적인 소재인 멜로라는 테마를 잘 풀어내어 최고의 호응을 끌어낸, 독창성과 보편성을 둘 다 잡은 좋은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독창성과 보편성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은 창작이나 표현에서 가장 중요하다. 독창성을 너무 강조한 작품은 해석이 매우 난해해질 가능성이 크고, 보편성을 너무 강조하면 그 작품은 새로움이 없는 클리셰 범벅이라는 평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작품이나 서사에서나 똑같이 독창성과 보편성의 비중을 정확히 5:5로 할 수는 없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독창성과 보편성의 비율 조절은 가변성을 가지는 것이다. 90년대 최고의 가수들을 다시 불러 그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목적인 「토토가」는 독창적인 아이템은 아니지만(일전 박명수가 케이블에서 한 번 시도한 적이 있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그 내용에는 많은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보편성을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그 이면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명대사.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꼽은 명대사인
독창성과 보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