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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n 17. 2016

저의 근황과 생각을 보고합니다.

저의 글을 구독해주신 Dasel님, KNH님, Sojung님께.

근 한 달 만에 글을 남깁니다. 그동안 좀 얼이 빠져 있었습니다.


면접장 막말 사건과 그 이후 나타난 심경 변화를 쓴 글의 모임인 'Pre 브런치 에세이' 이후, 저는 다시 정체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야심 차게 시작한 매거진 '당신의 명대사를 알려주세요'의 새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저의 정신 상태가 6개월 전으로 롤백하는 느낌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는 힘을 한 번 빼고 저와 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그냥 두서없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야기 주제가 왔다 갔다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 번은 마음에 묻어두기로 했던 시나리오 공상이 다시 활발해졌습니다. 역시 묻어두기에는 '그 시나리오'는 너무 아까운 걸까요? 아니면 버릇이 너무 심하게 든 걸까요? 그건 역시 간단히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몇 년 동안 저의 뇌 기능의 대부분을 투자해서 구상한 거니까 말이죠. 어떤 작가는 작품 하나 구상하는 데 15년 이상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한 6년 정도는 된 것 같군요. 남녀 주인공의 위치 설정이나 전체적인 틀 같은 것은 6년 전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습니다만, 그동안 여러 루트로 본 것들을 죄다 집어넣다 보니 그 크기가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이 유희적 공상을 저는 언제까지 하게 될까요? 혹시 제가 4~50년 후에 치매라도 걸리게 되어서 기억이나 인식이 오늘 이 시간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저는 그때도 '그 시나리오' 구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니 좀 무섭군요.


다시금 막장드라마에 대한 정신적 거부·피폐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천상의 약속'이 발병원입니다. 금사월이 갔더니 이나연이 찾아왔어요. 이전부터 저는 막장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독한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망치로 가슴을 얻어맞는 것처럼 아파왔습니다. 이 아픔을 드러낼 때 저는 저 자신이 과격 테러리스트보다 더 잔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화형이니 참수니 하는 말을 내뱉었지요. 무섭죠? 막드 악녀보다도 제가 더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필이면 이게 위에서 이야기한 시나리오 구상 작업에 섞여 들어가 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제 시나리오의 캐릭터들이 저의 비뚤어진 생각 때문에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악마들이 되어가는 거죠. 제가 '그 시나리오'의 현실화라는 꿈을 접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폐한 마음으로 한 말과 쓴 글은 다른 사람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고 결국 저 자신에게 돌아오죠. 면접장 막말 파문으로 얻은 인생의 크나큰 교훈입니다.


내면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제부터는 외부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5월부터 매주 월요일 전주에서 실시하는 '전주시 평생학습 강사학교 - 색다른 시선'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5월 13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6강을 실시하는 일정입니다. 저는 현역으로 평생교육원 등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강사님들 사이에 섞여 청강 중입니다. 6월 20일의 강의는 '1인 기업으로 성공하라'인데, 제가 이 강의를 꼭 들어야겠다는 판단이 서서 강사학교를 신청하고 지금까지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난 4번의 강의는 아주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쭉 생각해오던 것들과 미래의 모습들, 세계의 추세가 현실과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것이 강사님의 입을 빌어 증명되었다는 사실은 전율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알게 된 수원시 평생학습관 '누구나 학교'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각자의 스펙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강의를 열고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참 경이로웠습니다. 저의 새로운 목표인 '프리랜서-1인 기업'으로의 발걸음이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5강 '1인 기업으로 성공하라'가 매우 기다려집니다.


제가 알바로 일하고 있는 전북 현대 구단에도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도 보셨을 테지만, 전북 현대 구단 스카우터가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적발된 사건이 그것입니다. 그 사건이 터진 다음날, 멜버른 빅토리 팀과의 AFC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었습니다. 사기나 분위기 등이 많이 저하된 상태에서 저도 일할 의욕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12000여 명의 팬들은 전북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었고, 전북 선수들도 심기일전하여 멜버른 팀을 2:1로 이기고 8강에 진출하였습니다. 누군가의 검은돈이 팬들을 실망시켰을지언정 선수와 팬들의 유대까지 끊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못은 엄연한 잘못이기에 검찰 수사나 상벌위원회의 징계가 있을 겁니다. 이 징계의 결과로 어쩌면 전북 현대는 내년 시즌을 2부 리그 격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와 팬들이 하나가 되어 팀을 지켜나간다면 전북은 이 시련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EBS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EBS는 2016년 떠오르는 방송계의 숨은 강자입니다. 여러분도 이름을 들어보셨을 이수민 양의 무대인 '보니하니'의 방송사가 바로 EBS입니다. EBS에서 방송한 2D/3D 애니메이션의 반응도 괜찮습니다. 특히 한중 합작으로 제작된 특수촬영 드라마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대작 '태양의 후예'가 떠나고 전체적으로 열기가 식은 편인 수목극 시장에서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은 성공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였습니다. 스타를 배출해냈고, 잘 나가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앞으로 EBS는 방송가의 강자로 떠오른 CJ와 JTBC까지는 아니더라도 더욱 성장하는 콘텐츠 홀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서없이 글 하나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 아마 읽으시면서 정신이 없으셨을 겁니다. 애당초 이 글의 목적이 제 브런치를 찾아주시고, 부족한 글이나마 구독을 결정해주신 분들에 대한 나름의 보답과 더불어 힘을 빼고 쓰는 연습을 위한 글이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힘을 빼고 글을 쓰니 몇 주 동안 망설이고 있던 것들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군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이 가는 대로 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가운데 브런치에 작가로 정식 등록되었는데도 아직 첫 글의 주제를 잡지 못해 고민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렇게 두서없이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도 이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어지러웠던 생각을 한 번에 정리하고 새로운 소재들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했으며, 글쓰기의 또 다른 방법도 나름 터득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위에서 두서없이 다룬 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글을 쓰는 것이 저의 새로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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