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사결정과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에 관하여
가치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갈등하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균형과 기준을 잡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며, 그것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이 과정은 토의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토의와 토론은 의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숙의'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숙의가 잘 이루어진 사례는 지난 2017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공사중단 여부를 시민들이 모여 결정한 것이다. 3개월 가량의 토의, 토론을 거쳐, "지금의 원자력 발전소의 공사는 계속하되, 점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축소한다."는 정책 결론을 내었다. 숙의와 조율을 거친 결론에 많은 시민들은 수긍했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발전상을 보았다는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숙의가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숙의의 방해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해자들은 이기주의자들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의사 결정과정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기 의견이 도덕적,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자신에게 많은 이익을 보장하니 모두가 희생하면서 자신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의사 결정과정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그러고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에게는 "나는 올바른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듣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 이외에는 다 악이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추겨 갈등의 골을 더 벌린다. 그리고 그것을 의견을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정부의 탓으로 돌려 정부의 지지율을 깎으려는 또 다른 이기적인 이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숨기는 식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버린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심, 타인의 몰락만 바라는 이기심들이 모여 숙의를 방해하는 것이다.
올바른 숙의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 그리고 타인의 이기심과 싸워 이겨야 한다. 이기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회는 갈등이 만연하다가 붕괴의 길로 갈 것이다. 서로가 한 발짝씩 물러서주는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