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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l 23. 2018

바람불지 않는 세상

진짜 바람

기상학자들이 말하길, 올 여름이 진짜 더운 이유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대기 하층에 자리잡은 가운데, 대기 상층에 티베트에서 온 고온 건조한 기압이 위치하여 공기를 덥히는, 이른바 '열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두 기압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상에 정체해 있어서 어지간히 강한 태풍이 아니면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아주 강한 비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 더위는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사실 바람이 불지 않아 곤란한 문제는 봄철에도 겪어왔다. 미세먼지다. 지난 봄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이유는 중국에서 밀려온 스모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했던 것도 한몫 한다. 이것도 큰 바람이 안 불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큰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계절을 지내고 있고, 그것이 각종 이상 기상현상의 원인인 것이다.



자연의 큰 바람이 이토록 불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 큰 바람을 일으키려 해도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다.  지난 2016년, 모 정치인은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고 외쳤고, 그것을 믿은 사람들은 촛불을 끄려는 바람을 만들려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에도 여러 분야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많았다. 자연적으로 일어난 바람을 꺼트리기 위해 맞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무언가를 두고 순풍을 일으키려 한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인위적으로 낸 큰 바람은 빠르게 사라져갔고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바람이 사람의 외투를 벗기려고 거세게 몰아쳤지만, 사람은 외투를 견고하게 여민 것과 같다.



결국 큰 바람을 만들어낸 것은 자연의 순리,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의 집합이었다. 부는 듯 불지 않는 듯 아주 작게 움직이는 공기들이 뭉치고 뭉쳐 큰 바람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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