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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Feb 25. 2019

빼박, 서른

오늘로 정진정명 30대를 맞이하다.

2월 25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양력생일. 우리 집안은 생일을 음력으로 세는데, 바로 어제인 2월 24일이 바로 나의 음력생일이었다. 음력생일 다음에 양력생일. 즉, 나는 최대 48시간동안 생일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일이 내게 주는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내가 이제 정진정명 3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한국식 나이로 따지면 난 작년부터 30대였지만, 연 나이, 만 나이로는 29세였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한 일종의 '정신승리'가 가능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그것도 완전히 끝이다. 나는 이제 서른이고, 더 깊은 어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20대는 방황의 세월이었다. 뭐 술 같은 것에 쩔어 지내지는 않았지만, 갈 곳을 잃고 스스로 자신을 가둔 행위도 방황의 일종이다. 다행히 브런치를 만나고, 나의 옛 꿈을 되찾아서 본래의 나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일깨우는 것에 성공해서 크게 파탄이 나는 일 없이 지내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꿈이나 다른 것들에 대한 접근 방식도 바뀌어가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돈이다. 나는 바로 작년까지도 나의 글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스팀잇도 그 일환으로 야심차게 시도한 프로젝트였다. 브런치를 할 때는 나의 글쓰기는 부정기적이었지만, 스팀잇은 정기적으로 가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글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여기에도 옮겨싣기도 했지만, 결국 맨땅에 헤딩으로 끝나고 말았다. 남는 게 글밖에 없었으니까. 즉, 벌이가 시원치않았다. 그런 경험을 하니, 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다. 마침 브런치에서 읽은 몇몇 글에서도 교훈을 얻었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회사에 갈 수는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작년 말부터 추진한 전주시 청년희망단이 고꾸라진 것도 그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을 갔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과 회의를 하거나 생각을 교류하는 것(이것을 퍼실리테이션이라고 한다.)은 제법 잘 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레크리에이션이었다. 다같이 즐기는 자리인데 내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이었다. 나의 미숙한 행동은 곧바로 눈에 띄었다. 진행측에 몇 번이고 탄원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청년쉼표나 심리상담, 독서토론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늘려온 나였지만, 레크리에이션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같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노는 것은 같은 '사회성'의 평가 범위 안에 있었다. 나는 이야기 점수는 높았지만, 놀이 점수는 떨어졌다. 과락이다. 이런 인간이 일반적인 회사에 들어가 적응을 한다?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제3섹터의 직장이다. NGO나 비영리단체 같은 것들 말이다. 그 곳이라면 회사보다 적응하기 쉽고, 또,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돈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많은 경험이다. '뇌피셜'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많은 경험을 한 가슴에서 오는 한 문장을 가져야 좋은 작가이다. 이것이 나의 30대의 목표이다. 다가오는 봄부터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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