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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pr 04. 2019

부모 안티카페

너무도 가벼운 증오의 언어들

일찍이 '부모님 안티카페'가 크게 이야기된 적이 있었다. 뒤에서 부모에 대한 욕설이나 패륜적 언어를 배설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아마 지금도 그것은 존재할 것이다. 카페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커뮤니티, 혹은 더욱 음성화 된 '단톡방'으로서도 말이다. 


어째서 부모를 증오하는 말들을 내뱉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개중에는 진짜로 부모가 (자식 입장에서) 증오를 받아 마땅한 행동을 해서 증오를 배운 사례도 있을 것이다. 다만, 많은 사례의 경우 그 명확한 이유가 없거나 이유를 댄다고 해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일 것이다. 이성 혐오를 부모에게 투사했거나, 단순히 커뮤니티 내에서 관심이나 좀 끌어보자고 장난스럽게 내뱉었다가 점점 수위가 올라가고, 증오의 언사를 주고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세뇌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증오의 무게는 너무 가볍고, 그 감정이 사라진 후에 겪는 죄책감은 무겁다. 워마드의 한 사례가 있다. 자기 아버지를 '한남'이라면서 증오하고 모욕적인 언사들을 커뮤니티 내에서 배설했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를 증오한 자신의 언행을 매우 후회한 딸이 있다. 


무심결에 부모님을 생각하며 앞에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접두어를 붙였다가 그런 단어를 만든 내게 소스라치게 놀라 생각했다. 소설 캐릭터 설정이 너무 과했다. 적어도 내게는 부모님을 미워하거나 증오할 이유는 없다. 물론 어느 정도 서운함을 느낄 때는 있겠지만, 그것은 미움도, 증오도 되지 못하는 단순한 서운함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접두어를 붙여버린 나를 내가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말은 절대로 부모님 앞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 


월요일도 그렇고 화요일도 그렇고 수요일도 그렇고... 이것도 불안과 공황이 낳은 망상인가? 상당히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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