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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pr 06. 2019

적어도 나는 아니야.

부정적인 생각을 끊을 수 있는 이유

내가 글로 쓴 내용이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을 상징하는 단어 앞에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단어를 접두사로 붙이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 말이다. 의식적으로 생각 연습을 하고 또 해도, 무의식 중에 생각이 튀어나와버린다. 마치 옛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를 분별없이 쓰던 어린애 마냥. 별 방법이 있나. 연습을 하면서 내 안의 '아주 어린아이'가 그것을 그만두도록 끊임없이 제재한다. 그것뿐이다. 2절 하지 마. 쓸데없이 접두사 붙이지 마. 그렇게 되뇐다. 지금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4일이 경과했다. 수습까지는 4일이 더 걸릴 것이고, 나는 그 안에 상담을 받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집안은 평범하다. 그리고 포용력이 있다. 변변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30이 넘은 나를 믿어주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있다. 내 여동생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그러기에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은 공허하면서 위험하다. 다 잘 돌아가는데 나만 엇나가면 안 되니까.


분명 이 세상에는 수많은 가족이 있다. 각기 관계도 다를 것이고, 개중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족 사이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된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단어를 더 열심히, 더 자연스럽게 인칭대명사 앞에 붙이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사이 안 좋은 가족들도 많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와 우리 가족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애당초 그런 편지를 써서 부모님께 읽혀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진심을 부모님과 나눌 수 있고, 언제라도 부모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 다시 한번 내 안에 강하게 외치는 것이다. 장난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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