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Apr 08. 2019

허무함과 집착심

나는 나를 확인하려 한다.

1주일 전, 내가 쓴 글을 읽어보았다. 그때의 나는 불안과 공황에 시달리던 때였다. 끔찍한 이미지가 뇌내에서 나를 괴롭히던 시기였다. 다행히 글로 그것을 써내어서 그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부모에게 고백하여 조언을 들을 수도 있었다. 상담센터에도 갈 것이다. 여러 모로 순조롭다. 


돌이켜보면, 나를 불안하게 한 것은 실체가 없었다. 딱히 환청이 들린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끔찍한 이미지를 취해 벌어진 일. 혹은, 뇌를 '멀티태스킹'하다가 순서가 꼬여서 잘못된 연결이 벌어진 것을 보고 지나치게 당황했던 것일 테지. 그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나는 지금 약간 허무함을 느끼는 상태이다. 대체 내가 무서워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는 허무감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불안하게 한 것은 끔찍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최근 떨어진 자존감 등이 결합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완전하게 믿지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확인하려 한다. 끔찍한 이미지와 단어를 정말 떠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그 확인 행위 자체가 끔찍한 이미지나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항상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긴장과 확인 집착까지 모두 내려놔야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적어도 나는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