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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Sep 05. 2016

5. 그란디아 2 & 1부 마무리

게임 속에서 낙엽밟기와 1부 마무리 소감

5번째, 그리고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의 1부를 마무리하는 게임은 그란디아 2입니다. 악튜러스와 창세기전 이후 처음으로 구입한 '로컬라이징 된 해외 게임'입니다.(이전 글의 신조협려는 잡지 부록으로 따라온 게임이고, 구입 순서도 그란디아 2보다 더 늦습니다.) 그리고 원래 PC로는 할 수 없는 게임을 유통사가 직접 PC로 이식한 사례이기도 하지요. 그란디아 2도 같은 게임을 여러 번 산 또 다른 사례입니다.(초기형의 4CD 버전과 후기형의 2CD 버전이 있었습니다만, 4CD버전은 분실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그란디아 2 이야기와 더불어 게임 회상기 1부를 마무리하는 소감도 간략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발소리 듣기가 즐거운(?) 게임


그란디아 2는 당시 제가 플레이했던 게임들 중 제 청각을 가장 만족시켜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음악소리, 캐릭터들의 노래, 지형마다 바뀌는 발소리, 그리고 한국 성우분들이 참여하신 캐릭터들의 목소리까지. 그중에서도 발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돌로 된 곳을 걸을 때의 또각또각, 또는 똑똑하는 소리, 눈 덮인 곳을 다닐 때의 수북수북 소리, 숲길을 달릴 때의 저벅저벅 소리, 몽환적인 구름 속을 걷는 듯한, 의성어로 표현이 어려운 발소리 등 지형지물마다 거기에 대응하는 발소리가 다 있어서 어느 장소에서건 모험 여행을 하는 맛이 삽니다.(2CD판에서는 발소리가 너무 커서 그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특히 중후반부에 괴물의 몸속을  탐험하는 때가 있습니다. 동맥이나 정맥, 그리고 각종 신체기관들을 모험하는, 다른 RPG에서는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때 물컹물컹하면서도 작은 물웅덩이 위를 연속으로 밟는듯한 발소리는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낙엽을 밟는 행위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낙엽을 밟으면서 나오는 여러 가지 주파수가 뇌에 각각 좋은 영향을 끼치고, 스트레스를 줄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낙엽밟기를 자폐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치료에도 사용한다고 하지요. 이 게임은 어쩌면 제게 낙엽 같은 역할을 해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강도의 땅을 계속 밟으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이 가라앉고 생동감을 높이는 효과를 무의식 중에 받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몇 번이고 다시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부를 마무리하며


사실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는 단순히 옛날 게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를 위해 저 자신에게 부과한 정기 연재를 훈련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브런치를 이용하는 방식은 "생각나면 쓴다."였습니다. 글감이 떠오르면 쭉쭉 쓸 수 있지만, 그것을 찾지 못하면 브런치가 멈춰버리죠. 하지만, 앞으로 글쓰기로 어떻게든 먹고살자고 결심(이 결심을 한 것도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닙니다.)한 이상, 그런 무르고 게으른 생각으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글감을 찾고 그것을 글이라는 콘텐츠로 가공해서 누군가에게 제공한다. 그것이 글로 먹고살려고 하는 사람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CD 케이스를 발견했고, 그것을 발판 삼아 무언가 해보자고 생각했고,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부정기적인 글쓰기 노선이 아니라, 정기적인 글쓰기로 바꿔보기 위해 주 3회 연재에 도전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아마 다음 주는 집안의 국책사업인 태국 가족여행 관계로 브런치를 쉴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만.) 아직 저는 미래의 씨앗을 심었을 뿐입니다. 싹도 아주 작죠. 하지만, 여기에 글을 계속 연재하다 보면은 제가 심은 미래의 씨앗은 나무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는 1부인 CD 케이스 편을 마치고 2부인 닌텐도 편으로 들어갑니다. 닌텐도 편은 시간대를 점프해서 2012년부터 시작한 닌텐도 게임 이야기를 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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