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게임으로 배웠습니다
4번째 회상의 주제 게임은 「신조협려」입니다. 게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소설 제목이 나와서 당황하셨다고요? 답은 간단합니다. 소설 원작 게임입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 간략히 설명합니다.
게임「신조협려」는 대만의 한 게임사가 소설의 판권을 구입하여 2001년 4월에 출시한 게임입니다. 원래 1997년에 DOS용으로 출시한 게임이 있었고, 2부작으로 완결시킬 계획 같았지만, DOS 버전의 2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최신 기술인 '모션 캡처'를 도입하여 계획을 리부트 하여 만든 작품이 2001년 4월에 출시한 1부, 그리고 1부에서 다루지 못했던 스토리 후반부를 다룬 '완결 편'의 2부작으로 완성시킨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2002년 1월 PC 파워진 번들로 본 작품을 처음 접하였습니다. 필드와 던전 맵이 복잡한 게임이기 때문인지 웹사이트에서 지도를 찾아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게임이 좀 불친절하긴 했습니다만(튜토리얼이 없습니다.), 소설 원작의 스토리는 명불허전. 몰입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잘 진행하다가 소설에서 곽부가 양과 팔을 잘라버리는 부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SF도 아닌 게임, 아니 소설에서 주인공 팔이 날아가 회복하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장면이죠. 게임으로 얻은 트라우마 그 두 번째입니다.(첫 번째는 첫 글이었던 악튜러스의 미믹.) 특히 이 트라우마가 강한 것은 제 큰 아버님께서 전쟁에 참전하셨다가 오른쪽 다리를 잃고 지내오셨던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제인 팬텀 페인, 즉 환상통이란, 신체를 잃어버린 사람이 없어진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과 현실이 이어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것을 본 영향인지 저는 신체절단 묘사가 들어간 영상물은 잘 못 봅니다.
이후로도 게임을 더 진행하여 소용녀가 주인공 양과의 곁을 갑자기 떠나버리고 단장애에 16년 후에 재회할 것을 기약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부분까지 진행을... 했습니다. 사실 이게 1부의 엔딩입니다. 놀라운 절단 신공이죠. 감정선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끝. 그리고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미친듯한 허무함. 이후의 이야기는 완결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완결 편은 패키지로 구매했습니다. 특히 매뉴얼이 충실하여 지도와 간단한 텍스트 공략을 제공하였습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전히 게임 내 설명은 부실합니다만, 매뉴얼이 그 단점을 커버해주는 느낌입니다. 좀 틀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완결편의 대략 60%는 오리지널입니다. 양과가 6년 동안의 검술 수행을 마치고 강호로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우며 위기에 처한 송나라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명성을 얻는 내용이 오리지널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후 곽양과 만나면서 스토리가 원작의 그것으로 돌아오고,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향하게 됩니다.
사실 게임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버그가 많았거든요. 1편에서는 그 유명한 '육무쌍버그'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신 분들도 많고(다행히도 저는 피해갔습니다만) 완결 편은 양과 독문의 무공 '암연소혼장'의 17 초식 중 2초식을 해금할 수 없다거나(이 부분은 패치가 나왔다고 합니다만, 완결 편을 발매하고 얼마 되지 않아 유통사가 망해서 지원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무기 제련이 사실은 효과가 없다거나 신조와 대련하면서 새 초식을 얻는 것이 확률 요소가 들어간지라 몇 시간 동안 반복해서 싸워야 하거나 하는 등 단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완결 편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하는 빅 이벤트인 양양대전에서 상대하는 적들이 뜬금없이 변신(...)을 하는 모습은 어이를 상실할 정도입니다. 금륜법왕(신판에서는 금륜국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이 드래곤볼의 내퍼처럼 변하거나, 몽고의 왕 몽케는 한창 싸우다 보면 절벽 아래의 아공간으로 무대가 옮겨지더니 몽케 안에서 날개 달린 금색 거인이 팔짱 끼며 튀어나오는 등 묘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갑니다.
그래도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양념으로 첨가된 미니 게임들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부 초반 한옥상에서 무공을 단련하는 미니게임, 천라지망세를 습득하기 위해 참새를 잡는 게임, 전진파 도사 나무인형과 검법 연습하는 미니게임, 그리고 고묘의 지하수로를 통과하는 한붓그리기 미니게임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완결 편에서도 파도를 상대로 버티면서 수련하는 미니게임, 설삼을 잡기 위해 벌이는 미니게임, 그리고 특이한 룰의 미로 돌파 미니게임 등. 이 미니게임들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본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일종의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진 셈입니다.
그래도 제가 이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설「신조협려」가 가지는 뛰어난 스토리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들은 제게 이 소설을 가르쳐준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을 접했기에 최고의 스토리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스토리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소설도 구해 읽었으며, 여러 번 제작된 드라마판(특히 소용녀 역은 한국 사극의 장희빈처럼 당대 중화권의 미녀배우들이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파고들지 않으면 존재를 알기 힘든 애니메이션 버전까지. 게임이 시작이 되어 저는 정말 많은 버전의「신조협려」를 접하였습니다. 하나의 뛰어난 콘텐츠가 가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접하게 된 것이죠.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게임은... 제외하고 생각하고 싶지만.
향후 계획
「신조협려」에 대한 회상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번으로 PC 패키지 게임에 대한 회상이 주가 된 1기를 마치고, 닌텐도 DS/3DS 게임을 중심으로 한 2기를 이어서 연재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