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드디어 퍼펙트 스톰 상태에서 벗어나서 8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대략 2주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역사적인 순간도 봤지요. 정말 많은 일과 많은 소용돌이를 견디고 드디어 쓰는 8편의 게임은 영원한 명작.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입니다. 아직 완전히 퍼펙트 스톰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지라 다른 글에 비해 분량이 좀 짧습니다.
사실 이 게임을 구하게 된 경위는 상당히 가볍습니다. 젤다의 전설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던 시점에서 공익근무요원 교육을 받다가 돌아오는 길에 주변 대형마트에 들러서 그냥 느낌으로 샀습니다. 그 느낌 하나로 산 게임이 엄청난 게임이라는 것을 안 것은 시간이 좀 지난 후였습니다.
그렇게 느낌으로 산 게임을 기기에 넣고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게임에 빠져든 것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편안하면서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 광대함과 아름다움을 갖춘 배경, 어린이와 어른을 오가면서 모험하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스토리, 던전을 돌파하면서 생기는 성취감, 기타 여러 가지로 그냥 '완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엄청난 무언가였지요. 그리고 그것은 '장인정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흔히 '밥상 뒤집기'라고도 하는, 게임 개발을 리셋하는 것을 두 번이나 행해가면서 만들어진 역작이고, 게임이라는 것을 새로이 정의하다시피 한 작품이기도 하죠.
이 게임이 최초로 세상에 나온 시기는 1998년이고, 제가 접한 것은 2011년에 발매된 3DS 리메이크 버전(구입 시기는 2013년 5월)입니다만, 리메이크에서도 그 정수가 변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템 다루는 것이 조금 편해지고, 게임 내에서 힌트를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원작의 정수가 100% 녹아있습니다. 제가 감동한 부분도 그 정수에 있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 게임 시장이 망해가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장인정신과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줄 아는 각오 등이 지금의 한국 게임사에게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모 회사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