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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Oct 24. 2016

7-4. 한국닌텐도 통사(痛史)

7과 8 사이의 이야기 네 번째 

원래는 이 글은 지난주 금요일에 작성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닌텐도 스위치의 기습 공개로 인해 예정을 바꾸어서 스위치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가 아니라, 사실 7과 8 사이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만일 코드네임 NX가 공개될 경우 그쪽을 우선적으로 다룬다고 처음부터 정했었습니다. NX를 10월에 공개하겠다는 루머를 배포한 측에서 확신에 찬 듯한 행동을 한 것도 있고요. 하여튼, 이제부터는 한국닌텐도가 닌텐도 3DS를 한국에 정식 발매한 이후, 닌텐도와 유저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은 외계인 가요?


2013년 1월 8일의 일은 위의 질문을 불러온 신호탄입니다. 세계적인 대형 이벤트 방송까지 해가면서「포켓몬스터 X·Y」의 세계 동시 발매를 발표했지만, 그 전후로 한국닌텐도나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한국 전개를 담당하는 포켓몬 코리아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논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포켓몬스터 X·Y」는 '전 세계'에 같은 날 동시 발매되는 포켓몬스터 게임 타이틀이다.
「포켓몬스터 X·Y」는 한국에 발매한다는 이야기가 없다.
 따라서, 한국은 '전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한국은 '외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후, 「포켓몬스터 X·Y」가 한국에도 다른 국가와 같은 날에 발매된다는 이야기가 발표되기 전까지, '한국=외계'는 한국의 닌텐도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은지 악플 사건


위 사건으로 한국닌텐도에 대한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오프라인 이벤트가 개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도 있었죠. 하지만, 2013년 4월 15일,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방송인 박은지에 관한 연예기사에 한국닌텐도 트위터 명의로 악성 트윗 댓글이 달린 겁니다.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언론 기사, 심지어는 해외 게임웹진에 보도되기도 한 대사건이었죠. 한국닌텐도 측에서는 해킹에 의한 소행이라고 해명을 했습니다만, 신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한 직원이 공식 계정과 개인 계정의 전환을 잊고 그대로 악플을 달아버렸고, 그것이 일파만파 퍼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한국닌텐도에 가져온 불만들이 일제히 폭발하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라는 게임은 안 내주고 쓸데없이 악플이냐 달았냐?" 이겁니다.


다행히도 이후 한국닌텐도는「몬스터 헌터 4」의 한국어 로컬라이징,「포켓몬스터 X·Y」의 한국 동시 발매 발표,  여러 타이틀의 한국어 발매 지원으로 서서히 이미지 회복을 해나가게 됩니다.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개설하기도 하고, 자사의 타이틀을 홍보하는 TV 프로그램도 투니버스와 공동으로 론칭하였죠. 이렇게 한국닌텐도는 다시 순풍에 돛을 달 것처럼 보였습니다.


UNTURY BUNYEOK(엉터리 번역)


2015년 9월,「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for Nintendo 3DS」(이하 스매시 브라더스)가 발매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번역의 질이었습니다.  스매시 브라더스에는 일종의 모으기 요소로서 닌텐도 게임의 캐릭터 피겨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피겨의 이름 번역이 말 그대로 UNTURY였던 겁니다.

한국어로 발매된 게임에 피겨 설명이 영어라는 점은 둘째 치고라도 포켓몬의 이름의 표기가 엉망입니다. 공식 영어 표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올바른 로마자 표기도 아니죠. 사진에 나와있지 않은 예를 들면, 썬더라는 포켓몬의 경우, 영문 표기는 'Zapdos'입니다. 그것을 'Sunder'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표기로 적어놓았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죠. 외계설에 이어 이것도 한동안 한국의 닌텐도 팬 사이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규모 축소


하지만, 여러 사건이나 타이틀 출시와는 별도로 한국닌텐도의 경영상태는 지속적으로 악화 일로를 걸었습니다. 나름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유저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오랜 부채나 적자상태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직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전과 같은 지원이나 타이틀 발매, 이벤트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리고 지난 글에서 소개한 닌텐도의 새로운 메인 프로젝트인 '닌텐도 스위치'가 한국에 과연 발매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7과 8 사이의 이야기를 마치며


이 글을 끝으로 매거진 인 매거진으로 시작한 '7과 8 사이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 글부터는 다시 게임 작품 소개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아마 제 생각으로는 3개에서 4개 정도의 글로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를 종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브런치에 자소서를 써볼 생각입니다. 제 성장 과정부터 지금의 생각을 하기까지, 아주 편하게 자소서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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