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을 기다린 끝에...
내 멋대로 게임 회상기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과 에필로그 격인 이다음 글로 끝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상할 게임은 바로 포켓몬스터 X·Y입니다. 이 글을 포켓몬스터 썬·문이 발매되기 전에 쓸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2013년 1월 8일 이후, 저는 이 게임을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닌텐도와 포켓몬 코리아가 침묵하던 시기라서 이중의 기다림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해외에서 풀리는 새 정보와 한국닌텐도의 입을 동시에 주목해야 했지요. 그러다가 순식간에 5개월이 갔고, E3가 열리는 6월에 한국닌텐도 측에서 동시 발매를 선언한 다음에야 겨우 기다린다는 것의 무게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편하게 발매일을 기다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올라오는 새 정보를 보면 되게 되었지요. 포켓몬스터 게임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풀 3D 그래픽, 그것을 이용한 포켓몬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인 '포켓 파를레', 그리고 진화를 뛰어넘는 진화인 '메가 진화' 시스템... 정기적으로 업로드되는 정보들은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몇 배는 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발매일인 10월 12일을 맞이했습니다. 아침 일찍 근처의 이마트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게임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군요. 대략 십에서 이십 여 명 정도. 서울에서는 국제 전자상가 같은 곳에 가면 상대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지만, 제가 사는 전주에서 이 광경을 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 앞에서 외국 분이 게임을 사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포켓몬은 역시 글로벌해요.
X·Y(첫 플레이 버전은 Y)를 하면서 그래픽에 놀라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포켓몬의 움직임에도 놀라면서 게임을 즐기는 한편, 세계 동시 발매였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올리는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정보들을 종합해보다 보니 '아 에브이라는 포켓몬이 필요하다' 싶어 대략 4일~5일 동안 삽질을 해가면서 에브이를 키웠습니다. 다른 포켓몬들의 레벨과 맞춰주는 과정이 꽤 어려웠죠.(학습 장치라는 아이템 덕분에 과거 작품보다 레벨 올리는 것이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스터 X·Y(첫 플레이 버전은 Y)는 제 게임 라이프 최초로 300시간(BW2는 280시간가량)을 돌파해서 게임한 작품입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요. 포켓몬스터 게임은 엔딩 후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만큼 할 짓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일을 다 하려다 보니 300시간이 넘어가 버리고 말았죠.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삽질만 할 때가 많았지만, 그때 쌓아둔 자산은 이후 포켓몬스터 오메가 루비·알파 사파이어를 할 때 결실을 맺게 됩니다. 포켓몬 도감 완성(게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이라는 결실로요.
이것으로 게임 회상은 일단 잠정적으로 종료합니다. 다음 글은 이 매거진에 대한 정리, 그리고 다음 매거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써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