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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01. 2016

성장과정(1)-대학 입학 전까지.

외톨이 책걸상의 기억

이전에 말했듯이, 나의 첫 자소서는 나의 성장과정, 그것도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작은 차이가 끊임없이 벌어져갔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좀 특이하기는 해도 나름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던 내가 어째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것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외톨이 책걸상'이다. 당시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당하고 괴롭힘 당하던 나는 분단별 활동도 잘 해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는 특단의 조치로 나의 책상과 걸상을 교실 앞문 바로 뒤쪽 벽에 혼자 붙이셨다. 나는 분단 활동에 끼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많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가 의도적으로 잊고자 해서 잊은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보통은 다들 사는 초등학교 졸업앨범도 사지 않았다.) 기억이 나는 것은 어떤 애한테 맞아서 부모님께서 오셨다는 것과, 유독 그때만 의도적으로 지각을 하거나, 수업 중에 이탈하여 혼자 걸터앉는 때가 있었다는, 단편적인 사실 정도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지금 괴롭힘 당하는 것은 그냥 주변 애들이 나쁜 것이니 중학교에 들어가면 내 곁에서 다들 사라지겠지. 이런 생각뿐이었다. 당시의 나는 나와 다른 아이들 사이에 무언가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1년, 나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익산으로 기억하는 어떤 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쉽게 말하면 자폐증 검사였다. 나는 몇 가지 문항에 답을 했다. 검사 소견은 "자폐증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자폐증은 아님."이었다. 좀 미심쩍기는 하지만, 정상이라는 뜻이다. 이 자료는 중학교에도 전해졌다. 나를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건네지는 나의 자료에는 "약간의 자폐증"이라는 문구가 하나 추가되었다. 그와는 별도로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나는 계속 놀림당할 뿐이었다. 중학교에 가도 상황이 별로 나아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는 "나 몰래 모두 다 짜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까지 생각했을 정도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미묘한 차이에 의한 작은 충돌이 있었음에도, 어떻게든 덮어지는 상황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계속되었다.


2005년 1월, 나는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그때는 2001년 때 받은 검사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상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나를 담당한 의사의 진찰지에 이런 단어가 써져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스퍼거.

즉,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나와 다른 아이들 사이의 작은 차이의 실체에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2001년 때와는 달리, 그때는 진단 이후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1주일에 1번, 토요일에 정신과에 들러 상담하는 정도의 치료이다. 그 시각에도 나와 다른 아이들 간의 차이는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벌어져왔고, 수업에서 빠져서 다른 공간에서 격리, 혹은 다른 선생님의 상담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이때 나는 학교 숙직실에 누워본 적도 있다.) 결국 선생님은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야간 자율학습과 방학 보충수업을 면제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너 이제부터 야자 하지 말래?" 하는 식의 질문에 내가 그러겠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그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하여튼, 야자와 보충수업에서 빠짐으로써 다른 아이들의 면학분위기도 잡고(관계없는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나의 행동은 민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나도 집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렇게 조치를 받으면서 수능시험까지 무사히(?) 치르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배라는 것은 단 1도라도 항로가 틀어져도 몇 백 km의 오차가 생긴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어느 순간 다른 아이들과 나 사이에 생긴 1도의 차이를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나와 다른 아이들의 거리는 많이 벌어져버린 것 같다.  

 

이렇게 성장과정 1편을 마친다. 2편은 대학교 입학과 그 이후를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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