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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06. 2016

성장과정(2)-대학 생활

하루살이 시절, 그리고 오해

성장과정(1)에서 이어집니다.


여러 가지 문제는 많았지만, 어찌어찌 덮이면서 고3이 되었고, 수능을 보았고, 대학을 갔다. 대학교 지망은 전북대학교 인문학부였는데, 그 당시에는 취업률이나 다른 것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집 가까운 곳에서 걸어 다닐 수 있으면 족했다. 실제로 집에서 대학교 강의실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대략 30분 정도. 너무도 단순한 이유였다. 고3이 되었지만, 반복되는 다른 아이들과의 트러블에 지쳐버린 나는 대학 진학이나 미래 진로 같은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살면 족한 상태였다.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그런 기조는 계속되었다. 수업시간은 최대한 타이트하게 짰고, 그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집에서 보냈다. 방학에 들어갔을 때는 대략 2달 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MT니 학교 축제니 농활이니 학과 체육대회니 하는 학내 행사에도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그저 기계처럼 대학교에 갔다가 기계처럼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담 교수님과 정기적으로 가지는 면담 자리에서도 우리의 대화는 겉돌았다.

'잘 지낸다.'는 것의 기준이 달랐으니까.


당시 내가 생각했던 '잘 지낸다'는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어떤 신체 정신적 상해를 입지 않은 상태'를 의미했다. 하지만, '잘 지낸다'는 말의 뜻은 그것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그 당시의 나는 몰랐다. 인간관계나, 취업, 진로 같은 여러 의미가 내포된 단어인 것을 몰랐다. 이것이 내가 대학생활 시절에 했던 중대한 오해였다.

그저 하루하루 수업 듣는 기계가 되어 적당히 성적을 내면서 버티는 생활. 그것이 나의 대학생활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그 빛은 뜻밖의 일로 찾아왔다. 당시, 윤리학 수업의 과제 중 하나가 헌혈이었는데, 우연히 한 헌혈의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지방간 위기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몸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고, 4주 기초 군사훈련을 대비한 체력 단련도 있어서 나는 근처의 헬스클럽을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 근무지 배치 경쟁도 온라인 수강신청 급의 것이었고, 그 경쟁에서 나는 밀려났다. 원래는 4주 훈련 때까지만 다닐 생각이었던 헬스클럽은 그냥 계속 다니는 상태가 되었고, 결국 당시 110kg에 육박하던 몸무게가 68kg까지 줄었다. 지금은 요요현상 때문에 다시 20kg 정도 살이 붙은 상태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대학교 2학년 시절보다는 건강하다.


성장 과정은 다음 글로 마무리하겠다. 다음 글은 공익근무요원 생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다음 글은 최근 몇 년간의 나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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