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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16. 2016

실패 일기(2)-운전면허

면허시험도 알고 보면 어려운 일이다.

회사를 3일 만에 그만두고, 의욕 없이 8개월가량을 지냈다. 그 생각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고 싶다는 생각. 당장 서점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집을 사서 문제를 외웠다. 문제 외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문제를 외워서 필기시험에 붙었다. 그다음은 기능시험이었다. 기능시험도 어렵지 않았다. 그냥 순서대로 공터에서 차를 조작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2시간 정도 교습을 받아서 기능시험에 붙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도로주행시험.


나는 1종 보통에 응시하고 있었다. 즉,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해줘야 한다. 갑자기 난이도가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차 시동이 갑자기 꺼지는 것은 예사. 주행은 항상 불안정했다. 하필이면 당시 운전면허학원 주변 코스는 공사를 하는 구간도 있었다. 원래는 3일 동안 집중 교습을 받은 다음 시험을 보는 스케줄이었는데, 정작 3일을 해본 결과 지금 상태로는 1종 보통에 합격하기는 글렀다고 강사님께서 판단하셨다. 2종으로 내리거나, 더 연습을 해보는 안이 제시되었다. 결국 2일을 추가로 다니게 되었고, 빈 도로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동 거는 특훈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숙달이 되는 가 싶었다. 코스도 외웠고 시동도 잘 걸 수 있게 되었다.


시험날이 되었다. 다행히 등록된 4개의 코스 중 가장 쉬운 코스가 걸렸다. 다 잘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당황하고 말았고, 차의 시동은 꺼졌다. 그 순간, 운전면허라는 내 작은 꿈도 꺼졌다. 시험관님께서는 내가 기질적으로 차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다시 시험을 보고 싶었지만, 금전 문제가 생겨 뜻을 접었다. 이렇게 운전면허는 내가 미래로 밀어놓은 수많은 재도전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자율주행차라는 것이 자동차 산업게의 핫이슈라고 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사람이 운전을 하는 일은 줄어들 것인가? 그렇다면 내게 남은 운전면허 재도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운전 지식은 필요할 것이고, 위급상황 때 일종의 생존 지식으로서 직접 운전을 해야 할 때도 올 터.


나중에 다시 한번, 꼭 다시 한번 2종이라도 다시 면허 따기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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