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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26. 2016

실패 일기(3)-보험설계사

인맥의 벽을 넘지 못하다.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아버님의 친구로부터 간단한 경제 교육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그 당시 나는 교육 내용이 정말로 간단한 경제관념(예를 들면, 노동자의 4대 보험이나 최저임금 정도)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런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 면접에서 연봉 1200만 원이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연히 최저임금 이하이고, 당장 면접관님에게도 그렇게 주면 잡혀간다는 말을 들었다. 아버님께 한 소리 들은 것은 덤이다.) 나는 교육을 받아보기로 했다.


교육장에 가보니 아저씨들과 아주머님들이 많았다. 내가 그 교육이라는 것의 실체가 보험사에서 양성하는 보험설계사(보험사 측에서는 보통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양성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쳤고, 교육에도 조금 더 나가보기로 했다.


보험설계사 양성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로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그다음으로 보험연수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를 일정 시간 들으면서 회사별로 준비된 보험상품에 대한 교육과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그와 동시에 회사 측에서 제시하는 일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정식 설계사가 되며, 1~2년 동안 실제 보험영업에 뛰어들어 선배들로부터 자세한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나는 첫 단계인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은 어렵지 않게 통과하였다. 뭐 단순한 암기과목이고, 1주일에서 10일가량 집중 교육을 받은 덕도 보았다. 보험상품이나 화법에 대한 지식도 숙지하였다. 하지만, 내게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맥이었다.


애당초 만나는 사람이래 봐야 가족이나 친척, 조금 더 넓히면 헬스장에서 내게 말 걸어주는 사람과 아르바이트 동료 정도를 제외하면 따로 만나는 친구도 없고 보통 한 다리 정도 건너는 게(예를 들면 아버님 친구의 자제분) 다인 내가 인맥을 바탕으로 잠재고객 100명과 그중에서도 내가 파는 보험상품을 사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 30명을 뽑는 것은 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그 문제 때문에 나는 결국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명절날을 이용하려 했다.) 해 보자고 생각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꺾여나갔다. 강사님께서는 그동안 내가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맺은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스퍼거는 둘째 치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사회성이나 친교를 맺는 능력이 매우 약한 내게 보험설계사 일은 맞지 않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인맥을 제로부터 쌓아야 하는 상황과 이미 많이 누적된 인맥을 사용하는 직업의 불일치였다.


이렇게 보험설계사 일은 운전면허와 함께 내가 미래로 미루어놓은 수많은 실패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글로 나의 성장과정이나 과거 소개를 끝내고 내년부터는 현재의 나에 대해 쓰는, 자소서의 제 2단계에 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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