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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Dec 28. 2016

2016 한국 드라마의 히든챔피언. 레전드히어로 삼국전

무플로 남기는 아까운 작품

연말을 맞이하면서 2016년을 정리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를 결산하는 기사의 경우 방송사별로, 혹은 여러 드라마들을 비교하면서 2016년의 드라마계는 어떤 흐름이었는지를 정리한다. 자연히 여러 드라마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명불허전이었던 기대작도 있고, 방송 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도 있다.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관심을 모아 이른바 역주행을 기록한 작품도 있고, 용두사미로 끝난 작품도 있다. 이런 기사들을 계속 읽고 있으면, 2016년은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이 제각기 치열한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결산 기사들 속에서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 드라마가 한 편 있어서 지금 소개하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5년의 기획기간을 거쳤고,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으며, 50부작의 한중 합작 드라마이다. 바로 EBS에서 2016년 3월부터 9월까지 방송한 특촬극 「레전드히어로 삼국전」(이하 삼국전)이다.


삼국지 기반의 배틀 로열 드라마


삼국전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중국의 고전「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다. 수많은 레전드히어로들이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드림배틀'에 주인공 유비가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드림배틀은 삼국지의 등장인물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군주로 칭해진다.)이 자아가 깃든 영웅패와 함께 레전드히어로가 되어 자신의 꿈을 걸고 다른 레전드히어로와 싸우는 배틀 로열이다. 히어로들끼리 배틀 로열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실 히어로들의 배틀 로열 이야기는 특촬극 팬들에게는 아주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특촬극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2002년에 제작된「가면라이더 류우키」(이하 류우키)라는, 배틀 로열 특촬극의 선구자적인 작품이 있다. 류우키는 13명의 가면라이더가 최후의 1인이 되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싸운다는 배틀 로열 이야기를 들고 나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즉, 전 세계적으로 아주 처음 시도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삼국전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괴물'의 존재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류우키의 경우 처음에는 주인공이 매회 다른 가면라이더와 싸우는 이야기로 구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적인 면을 고려하여 가면라이더의 수를 13명으로 하고, 괴물의 존재를 추가했다고 한다. 삼국전의 경우 류우키의 초기 기획에 가까운 전개를 보인다. 주인공 유비는 매번 다른 레전드히어로를 만나고, 싸우며, 시련 속에서 성장하여 강해진다. 조조와 손책의 이름을 가진 인물도 레전드히어로로 등장하여 유비와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극을 이끌어나간다. 이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것이 삼국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제작비 70억


내가 삼국전에 대해 알면서 가장 놀란 점은 제작비가 70억 가량이라는 점이다. 제작비 70억이 무슨 대수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촬극은 일반적인 드라마에 비해 디자인과 CG, 소품 제작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예산을 아낀다고 해도 일정 이상의 비용은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작품은 회당 30분이긴 하지만 50부작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제작진과 출연진은 최선을 다했고, 제작 후반으로 갈수록 제작진 자신들도 놀랄 정도의 퀄리티를 이루어냈다고 한다. 삼국전을 보고 있으면, "이게 정말 제작비 70억으로 만든 작품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품질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이것을 보면 제작비를 많이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좋은 드라마의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좋은 드라마는 훌륭한 연출과 짜임새 있는 극본,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삼국전은 이런 '좋은 드라마의 기준'을 만족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무플로 남기는 아까운 히든챔피언


삼국전은 많은 성취와 성공을 이루어낸 작품이다. 어려운 환경과 적은 노하우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기록하여 특촬극 팬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고, 방송사인 EBS에서도 전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한령의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말 결산 기사에 삼국전의 이름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다. 하지만, 삼국전이 거둔 성과를 보면 무플은 아깝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성과를 거둔 드라마. 레전드히어로 삼국전은 '히든챔피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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