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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an 19. 2017

조직생활이 어려운 사유

솔직히 말해서. 무섭다.

이번 글은...... 변명이다. 모두가 앓고 있는 문제를 혼자서 유세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아주 큰 사유이기 때문에 변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나는 지난 수년간, 이 브런치가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 사건에 관해서는 pre 브런치 에세이라는 내 브런치의 매거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사건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전까지 제대로 이력서를 쓰지 못했다. 이력서나 자소서를 쓸 때마다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무섭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나의 가장 큰 이유는 "무섭다." 이 하나다. 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꺼리고 무서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지금도 내게 많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학 생활도 사실상 적응을 못하고 겉돌았고, 군 훈련소에서도 트러블메이커였다. 직장에서도 학교와 군대에서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두렵다. 요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시달리는 이른바 "꼰대 상사"가 정말로 무서웠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 싫었다. 만일 내 상사가 그런 사람이라면 나는 나를 제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결과는 끔찍하다.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의 나로 돌아가버릴 것 같다. 당시 친구들이 건 가볍고 짓궂은 장난을 못 받아들인 나는 아주 큰 소리를 질렀고, 그때마다 선생님은 나를 어느 장소에든 격리시켰다. 학교여서 격리와 보호가 가능하지, 만일 직장이라면 민폐 중에서도 아주 큰 민폐다. 나는 나대로 공황상태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엄청난 짜증을 적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나를 보호해 줄 사람도 없다. 단언컨대 압박에 못 이겨 큰 소리를 지른 그날 나는 해고를 당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게 될 것이다.


운 좋게 상사와의 트러블이 없다고 해도 나는 동료들과 이야기가 어렵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나는 다른 사람들을 따돌렸다.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고 멀어지다 보니 자연히 동료들과의 대화의 소재도 부족한 상태다. 나는 나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가 많지만, 나의 소재는 일방적이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까지 일방적으로 말하는 태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대화 소재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 투성이일 것이다. 연애경험이나 차량 경험, 그리고 단체 여행 경험 같은 것.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 말 그대로 불통이다.


압박과 불통에 대한 공포가 합쳐서 정신적인 피로를 낳는다. 나는 스트레스 내성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 툭 건넨 말로도 쉽게 고뇌에 빠진다. 다시금 잠시 나를 겪어봤던 팀장님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5 받을 걸 50을 받는 사람'이다. 이런 류의 정신적인 피로를 풀려면 안정이 필요한데, 야근 같은 것을 하고 있으면 나를 안정시킬 시간이 없어진다.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 피로가 쌓인다면 위에 벌어진 일이 일어날 확률이 더 올라가고 말 것이다. 이건 10여 년 전의 나도 잘 알고 있어서 안정을 취하기 위해 야자를 뺀다는 선택이 가능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다.


나는 지금도 직장인들이 존경스럽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모두가 나에게는 없는 아주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버틸 수 없어서 쓰러질 것이 확실한 갖은 직장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버티고 있다. 나는 못 버티는 것을 버티고 있는, 지금 직장 등지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은 최소한 나보다 강하다. 나의 헛소리와 응석 같은 변명이나마 읽고 여러분도 힘을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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