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에 성공했다!
닌텐도는 2017년 1월 31일 자로「포켓몬스터 썬·문」(이하 썬·문)의 전 세계 판매량이 1,400만 장을 돌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발매 이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작인「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의 총판매량을 추월했으며, 「포켓몬스터 X·Y」의 1,600만 장에도 근접한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여준 것은 게임 자체의 재미와 더불어, 닌텐도가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면서 세운 전략이 적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는 2015년 3월, 모바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의 게임을 단순히 모바일로 이식한 게임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모바일 시장에는 모바일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사의 콘솔 게임기와 게임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닌텐도는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콘솔 게임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신형 콘솔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인 'NX'(닌텐도 스위치의 당시 개발 코드네임이다.)가 추진 중임을 발표하였다.
일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포켓몬 고」는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와는 별개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면에서 닌텐도의 모바일 전략을 공유한다. 자사의 IP를 홍보하고, 게임과 게임기를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포켓몬 고 서비스 개시 이후, 세계적으로 기존 포켓몬 타이틀의 판매량이 증가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그 순풍을 타고 출시한 썬·문은 아주 놀라운 속도로 팔려나갔다. 닌텐도의 전략은 멋지게 적중하였다. 발매 시점에 포켓몬 고를 서비스하지 않은 상태였던 한국에서도 발매 첫 주만에 9만 장이나 팔려나가는 신기록을 세웠다.(숫자가 갑자기 작아졌지만, 한국의 시장규모로 따져보면 놀라운 수치이다.)
물론 썬·문의 성공이 모두 포켓몬 고의 덕은 아니다. 포켓몬에 관련된 모든 상품의 판매를 총괄하는 포켓몬 컴퍼니는 포켓몬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하는 썬·문을 위해 많은 마케팅 수단을 준비하였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최초의 작품인「포켓몬스터 적·녹·청·피카츄」를 닌텐도 3DS에서 과거 닌텐도 게임기의 타이틀을 그대로 구동할 수 있게 하는 '버추얼 콘솔'로 출시하면서 이 타이틀들에서 잡은 포켓몬을「포켓몬 뱅크」라는 3DS 앱을 이용하여 그대로 썬·문으로 옮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올드 팬들에게 20년 전의 추억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자사의 신작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 수단을 만든 것이다.(애석하게도「포켓몬스터 적·녹·청·피카츄」가 발매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썬·문을 홍보하기 위한 짧은 웹 드라마도 제작하였다. 이 웹 드라마는 일본에서 하와이로 단기 유학을 온 소년 '쇼헤이'가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다가 포켓몬을 통하여 현지의 친구들과 친해지고, 서로 갈등을 겪다가 화해하며, 빼앗긴 비밀기지를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여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내용을 썬·문의 게임 내 장면, 그리고 게임 캐릭터의 대사와 교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것 또한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런 다양한 면에서의 마케팅이 이루어졌지만, 그중에서도 포켓몬 고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기술과 IP, 그리고 추억과 감성의 결합 효과는 아주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적인 포켓몬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을 포켓몬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닌텐도의 모바일 대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