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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Feb 24. 2017

오랜만에 본다. 저주글.

하지만 기분만 나쁠 뿐.

재미로 어떤 사이트에서 손금 보는 법을 천천히 따라 했다. LG의 사운을 건 최신형 스마트폰 'G6'의 티저에 그려진 곡선이 사실 손금이라는 관상학(?)적 기사를 접한 것이 원인이었다. LG는 G6 티저의 곡선에 생명선이니 감정선이니 하는 의미를 지닌 곡선을 그려 G6까지 망하고 싶지 않다는 어필을 강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내 손금을 봤다. 결과야 뭐 그럭저럭 이긴 하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읽었는데, 가장 최신의 댓글을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원문 그대로 기재한다. 참고로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기로 이 글을 검사하면 맞춤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4개 나온다.

이 글을 5군데 올리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안올리면 밤에 남자가 찾아와서 도끼로 죽인데요.  
꼭 5번이어야 하고 5번을 넘기거나 못 돼면 죽습니다.  
사랑을 이루고 싶으면 쓰시고 이루고 싶지 않고 죽고싶으면 쓰지마세요.

아주 오랜 옛날에 보던, 이른바 '저주글'이다. 이 저주글은 꽤나 유서가 깊은데 누구나 한번 즈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로 시작하는 이른바 '행운의 편지'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변형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던 때에는 나도 저런 저주글을 자주 믿었었다. 그래서 쓸데없이 글을 퍼 날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심지어 컴퓨터 학원에 다닐 적에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저주글을 '만드는' 모습을 본 기억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많이 흔들리고 마음이 여린 편이라 이런 저주글을 포함하여 지구종말론이나 모 천문학자가 주장하는 소행성 충돌설 같은 것도 한때는 진지하게 믿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차츰 니힐해지고 팩트체킹도 쉽게 가능해진 영향인지 옛날에는 진지하게 믿었을 말들도 그냥 한 귀로 흘려보내게 되었다. 최근에도 한 천문학자가 소행성의 지구 충돌 대참사를 주장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소행성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에서도 멀리 떨어진 궤도를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 천문학자는 나름의 과학적 계산을 거쳐 주장을 했을 테니 저주글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하겠다.


그렇게 마음이 단단해지다 보니 지금은 이런 저주글을 봐도 한순간 기분이 나쁘다가 쓴웃음을 내뱉을 정도가 되었다. 아직도 이런 거 올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만 들뿐.


그래도 마음 약하고 순수한 이가 이 글을 읽고 글상자 속 저주글을 퍼 갈 생각이라면 나는 이 글을 남기겠다.


이 글을 한 글자라도 읽은 당신은 위 글상자의 저주글의 효과가 무효가 되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효과가 없었지만.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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