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지난 2월 6일(한국시간)은 미국의 미식축구 프로리그, 일명 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의 51번째 경기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NFL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16~17 시즌부터 MBC SPORTS+채널이 TV 중계에 나서서 몇 경기를 TV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슈퍼볼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애틀랜타 팰컨스가 맞붙은 51번째 슈퍼볼 결승전의 상황은 절대적으로 패트리어츠에게 불리하였다. 4쿼터를 시작하였을 때, 스코어는 28:9. 승부의 축이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15분.(미식축구에서 1쿼터는 15분이다.) 패트리어츠의 게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들은 초인적인 집중력과 정신력을 발휘하여 19점이라는 점수 차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경기 종료를 불과 1분여 앞둔 상황에서 기어코 28:2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슈퍼볼 사상 최초의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연장전은 먼저 공격을 성공한 시점에서 경기가 끝난다. 선공을 잡은 패트리어츠는 지체 없이 공격에 들어갔고, 결국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34:28. 패트리어츠는 기적 같은 역전극을 만들어내면서 팀 통산 5번째 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가장 점수가 벌어졌을 때가 3쿼터 초중반의 28:3. 패트리어츠는 25점 차이를 뒤집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노력이 연장이라는 추가시간과 선공의 행운까지 끌어들여 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리를 해냈다.
이 글을 쓰는 3월 13일은 이정미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오게 되는 날이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사실상의 '데드라인'이었다. 이미 1월 31일에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여 8인 체제가 된 상태에서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할 경우 7인 체제가 된다. 이날까지 탄핵 심판이 계속되었다면, 상황에 따라서 심판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사안의 중대함을 잘 알고 있었던 박한철 전 소장은 1월 31일에 헌재를 떠나면서 가능하면 3월 13일까지 탄핵심판을 끝내도록 당부하였다. 박근혜 측의 대리인단은 헌재의 기능 저하를 노리고 이른바 '침대축구' 전술에 들어갔다.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거나, 심판정에서 기행을 벌이거나, 심지어는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까지. 하지만, 이들의 침대축구를 헌재는 용납하지 않았고, 데드라인을 3일 앞둔 3월 10일에 탄핵 인용이 선고되었다. 그날 아침 헌재로 출근하는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이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헌법재판소도 2월 6일의 패트리어츠처럼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박근혜의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박근혜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라는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였는가? 앞에서도 말하였듯, 탄핵 심판 당시에는 의도적인 '침대축구'로 시간을 끌려했다. 시간 끌기를 하지 않고, 국회 측의 소추를 반박할 논리를 제시하고, 그것을 차분하게 설명, 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소명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전에, 아깝게 탄핵 사유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갈 때,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염되려 할 때 같은, 일종의 골든타임이 적용되는 순간 박근혜는 그렇게 하였는가? 만일, 박근혜가 임기 중 중요한 여러 순간을 맞이했을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파면이라는 큰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일은 아마 없었을 수도 있다.
결국 박근혜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