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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Mar 17. 2017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들과 나

대선후보 경선은 공모전 참여 스펙으로 인정해줍니까?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1주일이 지났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비어있는 대통령 자리를 결정하는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5월 9일로 지정하고, 자신은 출마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각 당은 이전부터 대비하고 있었지만, 명백히 현실화된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 새로운 레이스를 일찌감치 시작한 상태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다른 정당보다 많은 9명의 주자가 나타났다. 열거하자면 안상수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조경태 의원,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원유철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등록순)이다. 더불어민주당(4명), 국민의당(3명), 바른정당(2명)의 대선주자들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수치이다. 박근혜가 파면된 지금, 박근혜가 1번 당원인 자유한국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의 말처럼 국정농단과 탄핵의 책임을 지고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도 거의 없고, 다른 당과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런 자유한국당에 이렇게 많은 주자가 나타난 것은 어째서일까? 결국 대통령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당장 내년 6월 13일에 실시할 7차 지방선거나, 2020년의 21대 총선, 그리고 차기 대선까지.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들이 노리는 것은 19대 대선이라는 것을 일종의 공모전 참여 스펙으로 삼아 자신을 알려서 다음에 벌어질 선거들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참여라는 것이다. 자기 이력서에 적을 내용을 하나 더 불리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나도 지금 이 글이 올라가는 매거진 '진짜 제대로 써보는 자기소개서'를 빙자한 에세이 모음집을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하였다. 현실적으로 봐서 내가 쓴 에세이들이 출판사의 눈에 들어 책이 될 가능성은 없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지만, 나의 실력과 경험은 아직 미숙하다. 수많은 원고를 검토하는 일을 하는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나의 글 모음은 하찮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것은 인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도전한 것일까? 나도 대선후보 경선을 일종의 스펙으로 여기는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처럼 브런치 북 프로젝트 도전 경력을 일종의 이력서 채우기용 공모전 참여 스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흔한 허튼짓 중 하나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스펙 쌓기용으로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않았다. 


이 매거진을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나의 '업'을 만드는 큰 과정을 위해서였다. '업'을 가지고, 그 위에서 '직'을 정할 때, 사람은 최대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의 브런치 활동을 통해 글쓰기가 나의 '업'임을 확신했다. 나는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답게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얼마 전에는 내 글이 다른 이들에게 소개되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업'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출판업이나 신문업, 잡지 사업은 물론, 한 책에서 제시한 시민사회영역이라는 '제3섹터'까지. 수많은 가능성을 어떻게 찾고, 무엇을 선택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응모는 '업'에서 '직'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고민의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은... 평가다.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에 많은 글을 써왔지만, 내 글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글은 페이스북에도 올라가지만, 애당초 나는 '페친'을 만드는 인맥 자체가 적은 편이라 주변인으로부터 피드백도 전혀 받지 못하고, 단 혼자서 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쓰는 생활을 해왔다. 우연히 내가 쓴 글 하나가 좋은 평가를 얻어 조회수가 대략 10만 건이 나왔긴 하지만, 그 글을 읽은 10만 명이 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 판이니 나 자신도 내 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나의 글을 평가받기 위해, 나의 1년을 평가받기 위해, 나의 생각과 신념을 평가받기 위해. 앞에서 말했듯, 나는 아직 미숙하고, 출판사의 눈에 들기도 벅찬 사람이다. 하지만, 그걸로 됐다. 냉정한 평가에 마음 여린 나는 상처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처는 영광의 상처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에 도전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즉, 나는 꼭 책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나 자신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으로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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