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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Mar 27. 2017

파이어 엠블렘(1)

닌텐도의 숨겨진 명 IP

나는 이제부터 글 몇 편에 걸쳐서 닌텐도의 IP 중 하나인 「파이어 엠블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사실 내가 하려는 파이어 엠블렘 이야기는 '게임 파이어 엠블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인상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정리이다. 앞으로 쓸 글의 스포일러를 좀 하자면, 개인 연합의 속도와 조직의 속도의 비교, 그리고 어떤 상품의 현지화에 대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전에, 이 2개의 글에 등장하는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이 대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글은 이 뒤의 글들을 위한 간단한 설명이다.


「파이어 엠블렘」은 닌텐도 산하의 '인텔리전트 시스템'이라는 개발사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시뮬레이션 게임과 롤플레잉 게임을 결합한 SRPG 게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이다. 기본적으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플레이어가 부대를 이끄는 대장(게임 내에서는 '로드'라고 칭한다.)이 되어 부대원들을 이끌고 적군을 맞아 싸우면서 조국,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전쟁에 의한 파멸의 위기에서 구하는 플롯을 기본으로 한다. 작품마다 자세한 스토리나 등장인물, 세계관 등이 모두 다르지만, 그만큼 수많은 개성적인 캐릭터가 탄생하여 활약했다.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의 최대의 포인트는


바로 미션 중 캐릭터가 죽으면 진짜로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진짜로 죽어버린다는 것은 미션 내에 아이템을 사용해서 부활시키는 것도 안 되고, 다음 미션부터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SRPG 게임은 미션 중 캐릭터가 죽어도 퇴각한 것으로 처리되거나 하여 다음 미션에도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파이어 엠블렘에서는 죽은 캐릭터는 영구적으로 다음 미션에 투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공격력과 수비력에 비해 체력 수치가 낮아서 잘 키운 캐릭터라고 해도 적군의 공격 한두 번에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순간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한 번의 컨트롤 미스로 자주 쓰던, 혹은 좋아하던 캐릭터를 잃어버리면 손해가 막심하니까. 보통 파이어 엠블렘을 하는 게이머들은 미션에 내보낸 캐릭터를 모두 살린 상태로 미션을 클리어하는, 이른바 '전원 생존'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어떻게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리셋'을 한다. 그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향한 이입이 더욱 커지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게임 자체가 '필연성'을 깔고 간다.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 A가 적 B와 전투를 하던 중, 하필이면 적 B의 공격이 크리티컬 히트가 터져서 내 캐릭터 A가 죽었다. 운이 없었다고 치고 리셋을 해서 다시 그 적 B를 공격해보면 또 크리가 터져서 A가 죽는다. 즉, 리셋 여부와 상관없이 A와 B의 전투에서 B의 공격은 반드시 크리티컬 히트가 터지고, 그 결과 A는 죽는다는 뜻이다. 결국 이것을 피하려면 A와 B를 전투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우연성이 매우 적고 행동과 그 반응은 일대 일로 인과관계를 맺는다.


이런 시스템들은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른 SRPG처럼 죽어도 다음 미션에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모드를 추가하는 등 처음 하는 사람들도 쉽게 게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은 닌텐도의 많은 게임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기본적으로 매니악한 면이 강하였고, 흥행도 신통치 않아서 시리즈의 종료까지 고려했지만, 2012년에 발매한 「파이어 엠블렘 각성」이 괜찮은 성적을 내면서 시리즈의 생명을 되살렸고, 결국에는 닌텐도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의 대상 IP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상으로 「파이어 엠블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쳤다. 서문에서 말하였듯,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개인 연합의 속도와 조직의 속도의 비교, 그리고 어떤 상품의 현지화에 대한 문제이다. 서로 다른 주제지만, 이 두 주제에 대한 개념을 나는「파이어 엠블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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