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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pr 05. 2017

파이어 엠블렘(2)

머나먼 여정

지난 4월 3일, 한국닌텐도가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가제)」의 한국어 버전 발매를 발표한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세 번이나 놀랐다. 하나는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두 번째로 한글화 된 것, 발매 시기가 꽤 빠른 2017년 여름인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수록된 음성이 일본어로 확정된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 왜 놀라운 거냐고 묻는다면 거기에는 깊은 사정이 있다. 파이어 엠블렘 관련 글 삼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한글화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는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한국에 3DS가 들어와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판매는 지지부진했고, 닌텐도의 자체 제작 게임도 잘 들어오지 않는 데다가, 한국닌텐도가 3DS 발매 당시에 약속했던 '비 로컬라이징 소프트를 닌텐도 자체 웹스토어로 공급한다'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아서 유저들의 불만이 큰 상태였다. 한편, 해외에서는 2012년 발매된 「파이어 엠블렘 각성」(이하 「각성」)이 일본 내에서의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로컬라이징을 통한 글로벌 발매를 추진 중이었다. 이에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이 뭉쳐서 한국닌텐도에 「각성」과 「신 광신화 파르테나의 거울」, 그리고 「심령 카메라」의 한국어 버전 발매 청원서를 낸 일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애당초 한국닌텐도는 독자적인 사업권이 적고 닌텐도 본사의 방침을 따르니까. 결국 유저들의 운동은 조용히 묻혔다.


그리고 2015년 6월. 그때는 세계 최고의 게임 쇼 'E3'가 개최되는 기간이었다. 소식은 돌연 발표되었다. 「파이어 엠블렘 if」」(이하 「if」)를 포함한 4개의 게임의 한글화 발매가 발표된 것이다.「각성」의 발매가 사실상 좌절된 시점에서 많은 유저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발매일 미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빨리 나오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다시 흘러 2016년, 난데없이 「if」의 발매일이 2016년 가을로 밀렸다. 일본에서 2016년 6월에 발매되었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이 게임의 한국어 버전을 보기 위해 자그마치 1년 이상을 기다린다는 뜻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느 기사가 나왔는데,「if」에는 영어 음성이 들어갈 것이며, 그 이유가 한국닌텐도의 자금 문제로 일본어 음성 이용료를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반신반의했다. 현지화를 할 때 음성의 경우 보통은 더빙을 하거나, 그 게임이 제작된 국가에서 수록한 음성을 그대로 싣는다.「if」는 일본에서 제작되었으니 일본어 음성을 넣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 3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 음성이 들어갈 것이라는 정보가 나온 것이다. 며칠 후 그 기사는 사실로 밝혀졌다.


「if」는 2016년 9월 8일에 발매되었다. 한글로 파이어 엠블렘을 즐기기를 바란 유저들은 3년 9개월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끝냈다.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긴 하지만.


이다음 글은 파이어 엠블렘 관련 글 삼부작의 마지막이다. 그리고 주제는 조직과 개인의 속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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