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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pr 17. 2017

우리 집안은 욕심이 없다?

거제도에서 보낸 그날 밤.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가서, 근처 호텔에서 묵은 토요일 밤. 몸이 여러 모로 안 좋으신 어머님은 일찍 재우고, 아버지와 여동생, 그리고 내가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서로 맥주도 마시고 야식도 먹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한국 사람의 특수성인지 인류의 보편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속에 있는 것들을 잘 꺼낼 수 있다고들 한다. 속 이야기가 되었건, 숨겨둔 개그 감각이건 말이다. 그 날은 속 이야기를 꺼내는 방향으로 흘렀다. 쟁점은 '욕심'이었다.


내 여동생은 지금 이역만리(?) 화성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회사 측에서 구해준 숙소에 두 명이 함께 머물면서 일을 하고 있다. 화성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여기서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이 노력하거나 욕심을 내지 않아서이고, 지금도 매일매일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은 성공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욕심이 없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성격이 우리 집안의 특성이 아니겠냐고 말하였다.


나는 내 여동생의 말에 수긍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급우 관계에 신음해 온 나는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도 좋은 시험성적이 아니라 별 탈 없이 등하교하는 것을 우선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그저 등하교 시간만 지키는 식의 기계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면의 욕심이나 동기부여 같은 것도 점점 시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간, 내가 이 브런치에 남겨온 것들을 생각하면 내 욕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구나 하고 느낀다. 확실히 이 브런치는 반은 우발적인 사유로 시작했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내면의 동기부여가 점점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며칠은 새 글의 소재를 찾지 못하여 헤매고 브런치를 소홀히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글 쓰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고,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을 계속하여 지금은 '조금은'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더욱'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 레벨 업을 위해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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