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May 02. 2017

어차피 문재인이 될 테니 심상정?

정의당의 최악의 선거전략

대선정국이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거기에 휩쓸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 한 번 오랜 시간 동안 브런치를 놓게 되었다. 문재인의 1강 굳히기, 안철수의 날개 있는 추락, 재기를 노리는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위기의 남자 유승민... 그리고 심상정. 최근 심상정 후보가 의외의 상승세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심상정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여준 활약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심상정 후보의 성향에 가깝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런 상승세를 지니고 있음에도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의 선거전략은 단언컨대 여태까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당들 가운데 가장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는 더욱 격정적인 말도 나오기 직전이지만, 글을 쓸 때는 냉정해야 한다고 되뇌면서 말의 수위를 줄인 것이다.


그들이 최근 사용하는 전략은 제목에도 서술했지만, 더 길게 말하면 이렇다.


어차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은 기정사실이니 어차피 당선될 사람의 표를 우리에게도 나눠줘서 정의당에게 힘을 주면 진보정치가 더욱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줘서 정의당을 살립시다!


라고 주로 20대에게 호소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나쁜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것은 지금 치르고 있는 선거가 대통령 선거라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지방선거나 총선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이 단 한 표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라면 한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표가 많으니 여러 당에게 표를 분산해준다는 선택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총선에서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고 비례에 정의당을 선택하는 것 같은.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러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표의 수는 단 하나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흔아홉 섬 가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가진 한 섬을 뺏으려고 한다고. 하지만, 선거란 원래 그런 것이다. 중대선거구제 같은 것이 실시되어서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이 당선되게 하도록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가장 높은 득표수를 가진 단 한 명만이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전부 패자가 된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사표론'이 어처구니없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승자에게 던진 표가 어째서 사표가 되는 것인가?


그리고 정의당이 유도하는 것이 '방심과 자만'이라는 점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방심과 자만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는 거북이와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자 내면에서 나오는 방심과 자만에 져서 그만 낮잠을 자버렸고, 낮잠을 잔 사이 꾸준히 걸은 거북이는 결국 토끼를 역전하였다. 우화에서도 이런 교훈을 남기는데 하물며 선거판에서는 어떤가? 국정농단 세력은 오늘도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글을 쓴 오늘만 해도 바른정당에서 의원 13명가량이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새누리당계 정당의 특징 중 하나는 철저히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다는 것이다. 저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위해 뭉쳤다. 지금의 문재인과 2위권 후보들 사이의 격차는 토끼와 거북이 사이의 격차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더 열심히 뛰면서 달리는 말에 다시금 채찍질을 해야 할 때다. 한 순간의 실수, 방심, 자만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낮잠을 자게 하는 유혹을 하는 행동은 그만두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정의당의 전략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박근혜의 정치전략이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자신이 큰 위기에 처할 때면 어김없이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책략을 사용해왔다. 세월호 참사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갑자기 벌어진 큰 사고에 많은 국민들이 상심하고 자기의 일처럼 슬퍼했으며, 절실한 기원을 담아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다. 유가족들에게는 격려와 위로가 쏟아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유가족들의 슬픔과 소망을 단순한 돈 욕심으로 폄하하고, 유가족과 그들을 도우려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았으며, 심지어는 절박한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벌이는 유가족들 옆에서 태연히 폭식 파티를 하는 자들이 등장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박근혜와 엮여있던 자들이었다. 박근혜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극우 세력을 동원하여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피로감을 자극하기 위해 벌인 술수였다. 지금 정의당의 전략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들을 분열시켜서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표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단호히 말하겠다. 박근혜와 대체 뭐가 다르냐고. 특히 이 생각에 쐐기를 박은 것이 지난 3월 심상정 후보의 이른바 '난민 발언'이었다. 민주당에서 난민이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당의 분열을 바라는 말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지금까지 심상정과 정의당의 노력으로 지지율이 상승하여 선거비용의 반액 보전권에 들어온 것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공당과 그 대선후보라면 타당의 분열을 바라는 졸렬한 책략보다는 자신의 공약과 정책, 비전으로 승부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거제·통영 가족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