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2편
지난 주말에는 거제도에 방문했다가 통영을 거쳐 케이블카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짧은 가족여행을 갔다 왔다. 가족들만의 여행은 작년 여름 청도와 합천을 갔다 온 이후로 2번째인데, 아버지의 꿈이 이런 가족들만의 여행을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가고 싶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출발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와현항에서 외도행 유람선을 타는 시간이 10시로 예정되어있었는데, 최소 10분 전에는 도착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새벽 6시에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을 잘못 보는 바람에 길을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도착시간은 대략 9시 20분이었다. 운 좋게도 9시 40분 배의 좌석이 남아서 그 배로 외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타이트했던 여행 일정이 단축된 것이다.
외도에 갔다 올 때는 워낙 많은 배가 입출항하는지라, 자신이 타고 온 유람선을 정확하게 기억해야만 원래 배를 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보통은 유람선 측에서 인식표를 나누어 준다. 약 1시간 동안 외도를 둘러보았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니 약간 덥긴 했지만 미세먼지의 영향도 별로 없어서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다만, 제한된 시간 내에 순전히 걷고 사진을 찍은 게 다인지라 공원 창립인을 본 것 외에는 별달리 체험이라는 느낌의 활동이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점심을 먹고 와현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에 들렀다. 참고로 이 글 표지도 바람의 언덕에서 찍은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주변에도 외도행 항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있었다. 나는 어떤 정보도 없이 움직이고 있으므로, 풍차와 핫도그가 명물인 이곳의 매력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무슨 드라마를 촬영한 곳인가? 갸우뚱하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바람의 언덕의 매력 포인트를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내게 알려주기 바란다.
점심을 먹고, 몽돌 해수욕장에서 잠깐 있다가 공곶이에 갔다. 그렇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바로 공곶이 산행이었다. 산세가 약간 가파르고 비 온 뒤인지라 흙이 축축한 곳도 있었으며, 아직 등산로가 완벽히 정비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매일 헬스장에 다니는 나도 산을 타느라 많이 지쳤고, 순간의 방심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나는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구조요원들과 경찰이 사고 수습을 위해 긴급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하여튼, 갖은 고생을 하면서 온 곳이 바로 내가 섬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또 다른 몽돌 해수욕장이다. 진짜 숨겨진 명소에 들어간 느낌이다.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서 우리 가족은 놀리거나 골탕 먹이고 싶은 사람에게 공곶이를 추천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처음 도착했던 와현항 부근의 호텔에 묵었다. 저녁식사는 호텔 근처의 횟집에서 했는데, 특이한 음식을 발견했다.
바로 이렇게 생긴 음식인데, 해조류를 이용해 국수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상하게 회보다도 이 해조국수에 꽂혔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음식 사진을 안 찍는 내가 사진으로 남기게 만들 정도로.
다음날의 일정은 딱 하나였다. 통영에서 케이블카 타기. 몇 년 전에 통영을 찾았을 때 타지 못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타게 되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8시 30분에 나왔다. 나름 일찍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도착해서 본 것은 수많은 관광버스와 사람들이었다. 우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략 2000명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리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시간이 남으면 타려고 했던 루지도 포기했다. 그래도 사람들의 순환은 꽤나 빠른 편이었다. 케이블카 운영 측에 따르면, 시간당 1000명을 태울 수 있다고 한다. 대략 1시간을 기다려서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를 타고 있으니 통영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그렇게 미륵산을 구경하고 집에 돌아왔다.
가족여행은 언제나 좋다. 그런데 작년 청도-합천을 갔을 때, 태국으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렵다. '나만의 테마'가 이번에는 없어서일까? 다시 생각해보면 청도-합천은 '출생의 비밀', 태국은 '난생처음 해외여행'이라는 명확한 테마가 있었다. 그에 비해 이번 거제-통영 여행은 그 테마가 없이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고 온 느낌이 강하다.
가족여행, 혹은 단체여행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어도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항상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