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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n 19. 2017

게임의 의미는?

레지 피서메이 닌텐도 아메리카 사장의 발언으로부터

게임은 즐거운 것입니다.
게임은 경쟁입니다.
즐겁지 않으면 왜 경쟁을 하며, 경쟁이 없으면 재미도 없습니다. 
즐거움과 경쟁은 언제나 붙어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또 다른 무언가 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대여정의 입구입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열어보십시오.
- 닌텐도 아메리카 사장 레지 피서메이. E3 닌텐도 스포트라이트 서두 발언 중

문재인 정부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웹젠 의장 출신의 김병관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었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에 대한 질의를 하기 위해 조승래 의원이 '인벤'에 게시물을 올려 의견을 받는 일도 있었다.


확실히 지난 9년간, 대한민국 내에서 게임은 만악의 근원 취급을 받아왔다.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진 '게임 셧다운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게임은 살인이나 강도, 강간 같은 여러 강력사건들의 배후 취급을 받아왔다. 심지어는 주류 언론에서는 "게임을 하도록 방임하는 것은 자녀에게 음식물쓰레기를 주는 것과 같다."는, 게임에 대한 증오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기사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이런 기사는 명백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사회악 취급하는 정부와 주류 언론들을 비난하며 게임을 만드는 이들을 옹호해왔다.


하지만, 지금 게이머들은 게임 제작사와 개발진의 편을 항상 들어주지는 않는다. 게이머들은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한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상에서 현금 결제로 얻을 수 있는 '박스'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나 현금을 투자해 행하는 게임 내 무기의 제련·강화의 성공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지적한다. 좋은 아이템이나 무기를 얻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돈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책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게이머들이다.


다시 이 글 맨 처음에 소개한 레지 피서메이 닌텐도 아메리카 사장의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게임을 즐거움과 경쟁이 함께하는 것, 그리고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 수단의 하나로 정의하였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도 해석한다. 게임은 타인과의 교류의 수단이다. 게임을 통해 타인과 경쟁, 혹은 협동하면서 즐거움을 포함한 여러 가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무언가 이다. 게임을 통해 우리는 여러 세계를 체험한다. 체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지의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한국의 게임산업계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게임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을 단순히 '사회악' 취급할 것이 아니라 게임이 다른 사람과의 훌륭한 '교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며, 게임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도구'가 아닌, 상상력과 창의력을 쏟아부어 만드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인식을 수정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할 때, 한국의 게임산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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